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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리뷰] 샘 스미스, 가을밤에 무지갯빛이 쏘아올려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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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이제야 가을밤 감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달콤함과 아늑함. 한글날인 9일 오후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3 샘 스미스'를 통해 처음 한국 팬들과 인사한 영국의 세계적인 팝스타 샘 스미스(26)가 조용히 몸집을 불리고 있던 가을의 서정성을 폭발시켰다.

그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이 두 번째 순서였는데, 심장의 박동 소리와 가까운 베이스 리듬이 도드라진 이 곡은 성스런 가을맞이에 제 격이었다.

이날 공연은 거룩이라는 단어를 100여분 동안 음악에 구속시킨 듯 성스러웠다. 이번 내한은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 '더 스릴 오브 잇 올(The Thrill of it all)' 발매를 기념하는 투어 중의 하나다.

코러스가 가득한 가스펠적 사운드로 가득한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커밍아웃한 스미스가 사랑한 사람과 이별 후의 심정, 동성애자로서 고민 등을 녹여낸 앨범에 담긴 메시지를 무대 어법적으로 승화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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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두 손을 합장한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삼각뿔 무대 장치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스미스는 자신의 고뇌와 신념을 더 높은 음악적인 상태로 전환시켰다.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의 속내를 신과 아버지에게 고백하는 '힘(HIM)'이 대표적이었다. 이 곡이 끝난 직후 무대 양쪽에서 무지갯빛 조명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하듯, 객석 천장으로 쏘아지는 순간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자신의 고민과 고뇌를 객석에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음악에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등 음악적으로서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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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수트 등을 곱게 차려 입고 단정한 미소를 짓는 스미스는 '스위트 가이' 명성 그대로였다. '고막 남친'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속삭이는 듯한 보컬과 가성으로 고음을 내는 팔세토 창법을 오가는 그의 솔풀한 달빛 같은 목소리 조각들로, 공연장을 가득 메운 2만여명은 황홀경에 빠졌다.

밤을 노래하는 멜로디의 정령들이 달콤하게 잠 들 정도의 감미로움이었다. 코러스의 날렵합과 재즈 팝을 연상케 하는 밴드의 고급 사운드는 막 움튼 가을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호출했다. 음향의 균형감도 최근 내한공연 중 가장 탁월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스미스는 공연의 음향을 굉장히 세심하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어제부터 공연 시작 전까지 이틀 간 공연 스태프들과 국내 공연 준비팀은 더 나은 음향을 위해 추가적인 음향 장치를 설치하는 등 음향 컨트롤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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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곡들로만 세트리스트를 채웠다고 생각하면 오산. 빠른 기타 연주가 돋보인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 '라이크 아이 캔'은 공연장 내 열기를 끌어올렸다. '리스타트(Restart)'를 부를 때는 몸을 흔들며 적당히 스텝을 밟기도 했다.

영화 '007 스펙터' 주제가 '라이팅스 온 더 월(Writing's On The Wall)'을 부를 때는 거대한 삼각뿔이 스펙터클하게 변하는 등 무대 연출도 빛났다.

이날 공연을 요약하면 '폴 인 러브'였다. 스미스와 '사랑에 빠진' 동시에 '사랑 안에 가을'이 있다는 걸 절감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무대에 대한 기쁨과 만족감이 가을 단풍처럼 만발했다. 앙코르 곡으로 들려준 대표곡 '스테이 위드 미'에서 단풍잎 같은 수많은 가루들이 천장에서 떨어지며 객석을 축복했다. 스미스는 서울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정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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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미스는 투어 일정 등에 쫓겨 공연만 하고 떠나는 상당수의 팝스타와 달리 한국 문화를 충분히 접했다. 지난 7일 입국한 그는 서울 홍대와 경복궁, 광장시장 등을 둘러봤다. 특히 광장시장에서 산낙지를 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이를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려 주목 받았다.

또 스미스는 현대카드가 연 '샘 스미스 한글 이름 짓기 대회'와 '샘 스미스 그리기 대회'에도 관심을 보였다. 현대카드로부터 '한글 이름 짓기 대회'에서 1등으로 선정된 '심희수'라는 이름의 한글 족자와 부채를 선물받았다.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이혜지 씨가 작명한 '심희수'의 이름은 한자를 조합 것이다. 마음 심(心), 기쁠 희(喜), 빼어날 수(秀)가 그것으로 '마음을 기쁘게 하는 빼어난 목소리의 소유자인 샘 스미스'를 뜻한다. '샘 스미스 그리기 대회'에 1100여명, '샘 스미스 한글 이름 짓기 대회'에 약 300명이 참여하는 등 스미스의 인기를 증명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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