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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천상의 음색…관중들 숨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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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그가 영국에서 공수해온 건 자신의 목소리였다. 화려한 볼거리나 수십 t짜리 무대 장비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팔세토(남자가 내는 가성)는 국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 서울시 고척스카이돔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떼창'(따라 부르기)이 주특기인 한국 관객들도 대부분 시간 그저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영국 작곡가 겸 가수 샘 스미스(26)가 9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로 처음 내한 공연을 했다. 2만석가량 되는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각종 티켓 양도 사이트에서는 정상가의 2~3배가량 되는 암표가 거래됐다. 내한 티케팅이 1분 만에 종료됐다는 소식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유난히 팬층이 넓은 아티스트"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연은 서서히 달아오르지 않았다. 세 번째 곡으로 선택한 '레이 미 다운(Lay Me Down)'을 부를 때 관중은 이미 압도당해버렸다. 개입을 최소화한 피아노 반주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채운 곡의 전반부는 자신감의 증명이었다. 솔풀(soulful)한 음색, 그리고 같은 영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붙은 별명은 '남자 아델'이다.

그는 슬픔을 노래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인 '레이 미 다운'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팰리스(Palace)' 등을 부를 때 비애감은 절정에 달했다. 노래 중 화자는 변심한 애인에게 자신의 한결같음을 주장한다.

'당신을 그리워할 거야/난 여전히 거기 있어/때때로 우리가 이 궁전을 짓지 않았더라면 하고 빌어/하지만 진짜 사랑은 시간 낭비가 아니야.'(팰리스 중)

솔직한 감정 표출을 부끄럽게 여기는 '쿨(Cool)'의 시대, 그는 100%를 보여주는 뜨거움으로 승부한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미영 씨(26)는 "샘 스미스 가사가 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라서 꼭 내 이야기를 대신해주는 듯한 느낌"이라며 "한국에 안 오면 영국 가서 보려 했는데, 국내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슬픈 노래로 두 시간을 채울 수는 없는 법. 샘 스미스는 "내 음악이 가끔 우울하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오늘 밤은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숨 죽인 채 경청하던 관객들도 그가 '프로미스(Promises)' '오멘(Omen)'처럼 파티장에 어울리는 곡을 부를 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호응했다.

이번 한국 콘서트는 정규 2집 '더 스릴 오브 잇 올(The Thrill of It All)' 발매를 기념한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새 앨범에는 1집에 비해 보다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 인생에서 지난 3년은 정말 미쳐버릴 감정과 황홀한 감정의 연속이었어요. 이번 앨범은 그때의 이야기들을 단편소설처럼 추려낸 것이지요. 저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과 가사에 집중해줬으면 좋겠어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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