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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핸드볼 출신을’…사격연맹, 수상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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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석 부회장과 선후배 사이 안길영씨, 행정 사무처장에 임명

사격계 “선동열에 축구협회 행정 맡기는 꼴”…물의 빚자 사퇴

“야구 선동열이 축구협회 행정 책임자로 오는 것과 뭐가 다르냐”, “사격인들은 다 멍청하다는 말이냐”.

사격계가 대한사격연맹 사무처장 임명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1일 연맹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처의 최고 책임자에 핸드볼 출신인 안길영씨가 임명된 게 발단이었다. 안씨가 인사위원장으로 안씨의 채용을 주도한 장갑석 실무부회장의 한체대 후배인 데다 인사위원 중 상당수가 장 부회장의 지인들로 구성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장 부회장은 사격인들의 반발이 표면화되자 실무부회장에서 물러났다. 안씨도 결국 9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격계에 따르면 안씨는 장 전 부회장이 한체대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을 때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 동안 사무총장을 지냈다. 2016년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종합실행계획 연구용역에도 장 전 부회장이 책임연구원, 안씨가 공동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연구용역에는 인사위원 이모씨도 참여했다. 이씨 역시 한체대에서 석·박사를 받은 인물로, 이씨와 안씨는 2005년부터 10년 넘게 최소 8회 이상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인사위원 박모씨는 장 전 부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이고, 조모씨는 장 전 부회장과 한체대 조교 동기다. 한 사격인은 “안씨와 이씨, 조씨는 한체대에서 동일전공(체육측정평가)으로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위원도 장 전 부회장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무처장 인사위원 7명 중 5명이 장 전 부회장 사람들이라는 게 사격인들의 주장이다.

장 전 부회장은 “안씨만 잘 아는 게 아니라 사무처장에 응모한 사격인 6명 모두 내 제자이거나 아는 사람들”이라며 “친한 사람을 뽑았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전 부회장은 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부회장을 심사에 참여시키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안씨와 이씨, 조씨가 동일전공을 했다는 것은 기사 보고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연맹 관계자도 “동일 대학 20% 제한 규정은 학사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석·박사 과정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체육회 유권해석도 받아놓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맹 관계자는 “외부 심사위원은 인사위원장이 지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연맹으로선 절차와 스케줄에 따라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격인들은 연맹이 사격인들의 정서에 너무 무신경했다고 비판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한 사격인은 “예를 들어 야구 선수 출신인 선동열이 축구협회 행정 책임을 맡는다면 축구인들이 가만있겠느냐”고 말했다.

연맹 홈페이지에 비난글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국 안씨가 손을 들었다. 안씨는 경향신문 기사가 나간 이날 오후 연맹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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