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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택시기사와 수다만 떤 석현준은 '각인'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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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A대표팀 호출…12일 우루과이전 16일 파나마전 대비

뉴스1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석현준이 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소집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12일 우루과이(서울), 16일 파나마(천안)와의 평가전을 치른다. 2018.10.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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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A대표팀이 소집되는 날이면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주변에서 고급 승용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들인만큼 대부분 에이전트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맡긴 채 파주NFC로 들어온다. 입구나 숙소동 인근까지 차를 타고 왔다가 큰 짐 가방을 내려 걸어들어오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8일 오후 벤투호 2기의 소집 시에는 낯선 장면이 보였다. 택시를 타고 오는 국가대표 공격수. 대중교통을 활용해 입소하는 선수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례적인 모습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그 선수는 꽤 오랫동안 유럽리그를 누비고 있는 선수였다.

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나흘 뒤인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의 복병 파나마와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 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파주NFC에 소집됐다.

이번 2연전을 위해 벤투 감독은 총 25명을 호출했다.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이재성, 장현수, 정우영, 김영권 등 주축 멤버들이 첫 소집에 이어 다시금 부름을 받았고 포항의 이진현과 경남FC의 박지수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소집되는 영예를 잡았다. 그리고 석현준이 오랜만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2016년 10월 카타르전 이후 2년 여 만의 A팀 복귀다.

앞서 언급한 '택시 입소'의 주인공이 석현준이다. 파주NFC에서 만난 석현준은 "대표팀에 처음 뽑혔을 때처럼 떨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이 어색하다. 다시 적응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온 감정을 에둘러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일을 도와주는 에이전트가 없고, 부모님 역시 해외에서 거주하는 터라 택시를 탔다고 말한 석현준은 "기사님이 '파주에 왜 가느냐', '소집되는 것이냐' 묻기는 했는데 내가 누군지는 모르시더라"면서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농담처럼 넘겼으나 내심 서운할 법한 에피소드였다. 해당 기사가 축구에 그리 관심 없는 분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2009년 이후 네덜란드, 포르투갈, 터키, 프랑스 등 유럽리그에 오래 머문 석현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소위 '웃픈' 일이다. 빅리그가 아닌 탓도 있으나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이 그리 크지 않았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석현준은 "처음 다시 대표팀에 뽑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감사했고 또 영광스러웠다"면서 " 그동안 (대표팀에서)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시간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는 말로 복귀 소감을 대신했다. 이어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표현으로 그간 대표팀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자평했다.

석현준은 분명 경쟁력을 갖춘 공격수다. 단단한 하드웨어를 통해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유형의 석현준은 공중 장악력도 좋고 움직임 범위도 넓다. 슈팅도 묵직하다. 다만, 근래 대표팀에서는 빨리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조바심이 발목을 잡은 영향이 적잖다. 스스로도 느끼는 부분이다.

석현준은 "잘하려는 마음가짐보다는 그저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한다면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않을까 싶다. 공격수에게 무조건 주전은 없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나만의 장점을 보여주겠다. 박스 안에서 수비수와 열심히 싸워주고 헤딩 경합을 펼치는 모습으로 어필할 것"이라고 도전자의 자세를 드러냈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과 피로회복에 주안점을 뒀던 첫날 훈련이지만 석현준을 비롯해 이승우, 황의찬, 김영권, 황의조 등 주말 일정이 그리 많지 않았던 이들은 준비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그중에서도 석현준은 누구보다도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특히 슈팅 시에는 높은 집중력이 겉으로 느껴졌다.

벤투 감독은 "석현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포르투갈리그에서 뛸 때부터 그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어떤 형태로든 이번 2연전에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벤투 감독에게도, 팬들에게도 석현준이라는 공격수의 존재감을 각인 시켜야하는 찬스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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