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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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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난민 고민' 스페인에 “사하라 사막 장벽 세워라” 제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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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출신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스페인에 사하라 사막에 장벽을 설치하자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각)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오찬 행사에서 "트럼프가 아프리카 출신 난민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장벽을 쌓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보렐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하라 사막의 크기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지대 규모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설득하려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보렐 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이 나온 시점과 장소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으나,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부부가 보렐 장관과 동행해 백악관을 방문했던 6월에 나온 발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조선일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지도상 모습. 사하라 사막의 동서 길이는 약 3000마일(4828㎞)에 달하며, 이곳에는 모로코·튀니지·리비아·이집트 등 총 12개국이 걸쳐 있다. /CNN


그러나 트럼프의 제안은 사하라 사막의 규모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사하라 사막의 동서 길이는 약 4828㎞에 달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3218㎞)보다 훨씬 길다. 게다가 사하라 지역은 모로코·튀니지·리비아·이집트 등 총 12개국이 얽혀있어, 트럼프가 추진 중인 멕시코 장벽 건설보다 훨씬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른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도 지중해 난민 문제는 고민거리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6월 이탈리아가 입항 거부한 난민 구조선을 받아들여 629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등 포용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이탈리아는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들어선 이후 적극적으로 반(反)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은 최근 아프리카 출신 난민에게 인기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북아프리카 대륙에서 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령 자치도시 세우타와 멜리야는 유럽 대륙으로 건너가기 위한 아프리카인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정부는 세우타와 모로코를 분리하는 철조망을 뚫고 불법 진입한 아프리카인 116명을 모로코로 추방 조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벌써 이민자 3만3000명 이상이 바다를 건너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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