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부동산 투자열풍이 자영업자 대출을 급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업은 차입비율이 높아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다. 자산가격 상승이나 관련소득이 충분하지 못하면 빚 상환부담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사 22면
2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된 ‘금융안정 상황(2018년 9월)’을 보면, 올 상반기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총 59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549조2000억원)보다 7.6%(41조5000억원)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5.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7.6%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속도가 2배가량 빠르다. 1인당 평균규모도 3억5000만원으로 2014년 말(3억원)보다 5000만원 늘었다.
한은은 약 100만명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식별했다. 그리고 이들의 개인사업자 대출(279조9000억원)과 가계대출(210조8000억원)을 합해 자영업자 대출을 산출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 광풍으로 부동산임대업 투자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자영업 대출 평균증가율에서 부동산 관련은 18.3%로 음식숙박(9.1%), 도소매(6.3%), 제조(2.6%)를 압도했다. 자영업자의 업종별 대출비중에서도 부동산업이 40.9%로, 도소매업(13.2%)이나 음식숙박업(8.8%), 제조업(7.9%)에 비해 압도적이다. 2014년 38.1% 보다 크게 높아졌다.
수익 때문이다. 최근 10년(2008~2018년)간 아파트나 주택의 누적수익률은 각각 55.8%와 48.9%다. 같은 기간 주식(KOSPI)은 30.1%, 은행 정기예금(만기 1~2년)은 36.3%다.
금융기관의 부동산 익스포저도 지난해 말 1792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은 13.9% 늘었고, 이중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42.7%나 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정책영향도 컸다. 한은이 2010년 1분기부터 2018년 2분기까지 8년간 주거용 임대업 대출을 분석한 결과, 주담대 증가율과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이 부(-0.47)의 상관관계를 가졌다. 주담대를 조이면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었다는 뜻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인구구조 변화로 자영업 창업이 늘어난 점도 원인이다. 최근 4년(2014~2017년)간 업종별 대출을 분석한 결과, 창업률이 높은 업종일수록 대출 증가율이 높았다. 60대 이상 고령 차주 비중도 2014년 20.7%에서 올 상반기 24.2%로 3.5%포인트 늘었다.
자영업자의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었지만, 아직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차주들의 소득이나 신용이 일반 차주들보다 높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중 고소득자(상위 30%)와 고신용자(1~3등급)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5.1%와 72.8%다. 가계대출 전체의 고소득자(64.1%)와 고신용자(68.7%) 비중보다 5~10%포인트 높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과다 채무자나 음식숙박ㆍ부동산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