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편의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휴에는 편의점을 찾는 사람이 적어 매출이 떨어지지만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계약에 편의점을 닫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주들은 지난 8월 "추석만이라도 쉬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본사 측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야간 영업 중인 편의점 CU 전경/조선DB |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 열린 정부 간담회에서 "명절에는 자율적으로 문을 닫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7일에도 "소박하게나마 연중 명절날 단 하루만이라도 가족과 밥 한 그릇 할 수 있는 삶의 기본권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공정위에 ‘편의점 명절 긴급 휴점 조항’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추석을 일주일 앞둔 17일 현재까지 편의점 본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본부와 가맹점 간 개별적 계약이 이미 맺어져 있는데다 갑자기 쉬게 되면 물류, 유통 등 시스템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율적으로 휴무를 시행할 경우 시민들이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 본사들이 모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이날 "지난해 추석 주요 산업단지의 편의점 도시락과 김밥, 면류 등 식사와 대용식 매출 비중이 연휴 직전주보다 평균 60% 이상 증가했고, 전국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매출 비중은 직전 주보다 약 168% 급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본사는 명절 휴무와 관련해 별다른 결정을 하지 않았다. 전국에 있는 가맹점 중 10% 미만만 문을 닫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CU와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은 개별점포별로 신청을 하면 점주·상권상황 등 타당성을 검토하고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공단이나 대형빌딩, 학교 등 특수입지에 자리한 편의점은 휴무를 해줄 수 있지만, 그 외 일반 지점 휴무 계획은 없다. 다만 이마트24는 입지와 관련없이 경영주가 휴무일을 선택하는 방식을 적용해 올 추석 가맹점의 32%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편의점 본사들의 결정에 편의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장을 지킬 방법을 찾고 있다. 3년차 편의점주 박모(40)씨는 "평소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 새벽에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거나 전기세 지원을 끊어버린다"며 "불이익을 받을까 겁이 나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거나 명절에도 밤새서라도 편의점을 지키는 점주들이 많다"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은 명절선물세트를 챙겨주거나, 인건비를 2배를 부르며 대체인력을 찾고 있다. 명절에는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인건비 부담도 큰 편이다. 높은 인건비를 주는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아 근무자를 구하기 어려운 탓이다. 8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8)씨는 "명절이 되면 시급 1.5배 금액을 부르며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며 "하려는 사람이 적고, 다른 유통업체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구해 평소보다 인건비가 더 드는 편"이라고 했다.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는 결국 구조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 명절휴무를 허용하는 법안이 일부 발의된만큼 국회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등 10인은 지난 2016년 12월 "명절 등 공휴일에 매출이 저조한 경우에도 가맹본부의 허락 없이는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가맹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상임위 소위에 계류중이다.
계상혁 전편협 회장은 "공정위에서는 표준거래가맹계약서에 어긋나지 않아 명절 휴무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점주들이 쉴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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