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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국민연금 더 내야" vs "자영업자 현실 알기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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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내고 더 많이 받게 해야 합니다." (주명룡 은퇴자협회 회장)
"그렇게 말씀하시니 청년들이 불만이 있는겁니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

정부가 국민연금제도 개선 과정의 일환으로 개최한 대국민 토론회에서 보험료를 한창 내는 젊은 세대와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고령 세대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을 강행할 경우 적잖은 사회적 진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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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17일 개최한 국민연금 개선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패널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 국민연금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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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자는 "더 내자"…납입자는 "먹고살기 힘들어"

국민연금공단은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국민연금 개선,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 사전신청을 통해 뽑힌 국민 150여명과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시민 대표 패널 등이 참석했다. 권문일 덕성여대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앞서 정부가 구성한 민간인 중심의 정책자문단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대책으로 월소득의 9%인 현행 보험료율을 내년에 즉시 11%로 2%포인트 올리는 방안과 2019년부터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13.5%까지 올리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자문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각계각층에 따라 달랐다. 이날 수급자 세대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온 주명룡 은퇴자협회 회장은 "외국에서 30년 이상 살다가 귀국한 입장이라 보험료를 5년 정도만 냈는데도 현재 매월 10만7500원씩 받고 있다"며 "내가 낸 보험료는 이미 다 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수급자 입장에서 보면 연금제도는 꼭 있어야 한다"며 "청년 세대는 좀 꺼릴 수 있지만, 좀 더 내고 좀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회장의 발언에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이 발끈했다. 정 본부장은 "주 회장님 같은 분의 이야기에 청년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보면 요즘 청년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받고 일하면서 혜택도 잘 모르겠는 세금 떼이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국가는 국민연금 납부를 강제하면서 장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영세한 자영업자는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버는데, 여기서 보험료로 9%나 떼인다"며 "정부가 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회장도 정 본부장을 거들었다. 이 회장은 "경제성장률은 3% 아래로 떨어졌고 경기 부양책도 변변치 않아 소상공인들은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힘들다"며 "보험료를 올리기 전에 우리 국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봐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1930년생 가입자의 국민연금 수익성은 1985년생 가입자의 수익성보다 2.4배가량 높다. 최기홍 국민연금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1930년생은 생애소득의 11.8%를 국민연금으로부터 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누리지만 1995년생은 7.2%만 되돌려 받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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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지급보장’에는 한 목소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들은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정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서 만큼은 한 목소리를 냈다.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가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 대표로 토론회에 나선 최종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원은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공적연금이 사적연금보다 더 안정적이어야 하고, 이를 국가가 앞장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재 회장도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국민연금 만큼은 손을 못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적자가 났을 때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식으로 지급을 보장해준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도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명룡 회장 역시 "불신 해소를 위한 지름길은 국가 차원의 지급보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서울 토론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전국을 돌며 총 16개 시도에서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전국 토론회에서 모아진 국민 의견을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 최종안에 담아 10월 중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 개선 방안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를 공단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열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하게 수렴해 제도를 개선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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