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식자재비, 임대료 폭등
요식업 경기동향지수 역대 최저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저임금 한숨만 나옵니다. 자영업자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지만, 정부는 나몰라라하고 있죠. 다들 장사하지 마세요. 이곳은 지옥입니다.”(종로 A 분식집 사장 이 모씨)
“인건비도 문제죠. 곡류, 채소류, 수산물, 축산물 등 안 오른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임대료가 하락합니까. 악화일로에요.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광명 B 백반집 사장 김 모씨)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데, 봉급생활자보다 더 못 벌어요. 그들 눈에는 임대료, 카드수수료, 인건비, 원재료값 상승 등이 보이지 않겠죠. 내년엔 최저임금이 더 오르잖아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사치입니다.”(일산 C 치킨집 사장 최 모씨)
“그럼 자영업 하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고요? 말이 쉽죠. 장사 지옥 다 압니다. 그래도 자영업 외에는 별다른 생계 유지 수단이 없기 때문이에요. 대한민국 국민이 너도나도 자영업자가 되는 이유를 들여다봐야 합니다.”(인천 D 치킨집 사장 김 모씨)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570만명. 알록달록한 가판을 달고, 전국 골목 곳곳에 자리한 상가에서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전 산업 중에서 폐업률이 가장 높은 외식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절규에 가깝다. 내수의 ‘바로미터’인 외식산업 경기지표는 모든 부분에서 ‘악화일로’다. 특히 전통시장의 음식점업 경기동향지수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16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내 음식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시장경기동향은 각각 52.1, 34.4로 집계됐다. 지난 5월 72.0, 60.8에서 6월 57.8, 50.9로 하락한 이후 7월에는 30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100 초과이면 호전이지만 100 미만이면 악화다. 전통시장 동향지수가 30대 수준인 것은 통계가 공개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 역시 밝지 않다. 전 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80.9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86.6에서 5월 86.3, 6월 85.3으로 계속 하락세다. 숙막 및 음식점업은 75.0다. 100미만이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향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한 시장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백 모씨는 “예전에 총 6명이 일을 했는데, 3명을 내보내고 바쁜 점심시간에 3시간만 아르바이트를 쓰고 있다”면서 “그래도 장사가 잘 되던 시기와 비교하면 수익이 60%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수익 하락의 원인으로 인건비 외에도 식자재와 임대료 등도 크다고 꼬집었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식자재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임대료 역시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쌀, 배추, 무, 건멸치,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등의 7월 가격이 모두 전월과 비교해 올랐다”며 “소규모, 중대형 상가 임대료 모두 수년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외식 자영업자들은 대다수가 임차인이다. 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외식업체의 약 82.5%가 사업장을 빌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 사장 10명 중 8명은 임차인이란 뜻이다.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지난해 1만1713건으로 하루 평균 약 50건에 육박한다. 분쟁조정 신청 건수도 2015년 29건, 2016년 44건, 2017년 77건으로 매년 두배가량 증가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식업경기지수 역시 위축된 상황이다. 외식업경기지수는 지난 7월 68.98로 집계됐다. 지난 3월 69.45에서 하락한 후 4개월째 동결이다. 외식업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업경기지수가 60 후반대 머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외식산업연구원의 사업체 노동력 통계에 따르면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자의 평균 전체 임금 총액은 168만원(2014년)에서 계속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190만원~200만원 수준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전국 외식업체 28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7.5%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영상태가 악화됐고 80%는 앞으로도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폐업도 봇물을 이룬다. 또 대부분 개업 이후 5년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대비 10.2%포인트 높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지난해 48만3985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10곳이 열면 8.8곳은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앞질렀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8개 업종 중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률이 폐업률보다 앞서는 업종은 음식업종 뿐이다.
이렇다보니 자영업자들은 빚에만 의지하면서 개입사업자 대출 잔액은 사장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302조1000억원)은 2월 이후 5개월 연속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다.
서용희 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외식업체가 폐업, 전업을 고려하는 상황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