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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자영업 위기, ‘최저임금 때리기’로 해결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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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 나은 사회]

국회에서 ‘한국의 자영업’ 토론회 열려

해외소비 늘고 외국인 소비 감소 겹쳐

한계 자영업자에 임금인상 부담은 사실

‘기-승-전-최저임금’은 구조적 원인 호도

“자영업자, 현 정부 급격히 ‘지지 철회’”

“과밀경쟁 해소 등 구조적 대응 집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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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세찬 비가 내리는 가운데 소상공인 수천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솥단지를 내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비판하고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도 자영업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청와대에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하고 모두 7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도 급히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지난해 56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3%(가족 종사자 포함하면 25.4%)일 만큼 비중이 높다. 자영업이 겪는 어려움은 1990년대 말부터 계속됐는데, 지난해부터 그 고통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29%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이 불만을 드러내는 뇌관이 됐다. 하지만 자영업 부진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만큼,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한국사회과학회(공동대표 주상영 권혁용)와 중소기업연구원(원장 김동열) 공동주최로 ‘한국의 자영업: 현황, 대책, 발전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자영업자의 우려 대비 부족했다”

전수민·주상영 교수(건국대)는 발제문에서 2017년 임금근로자 한 사람당 평균소득이 3840만원이지만 자영업자는 2240만원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0년 1950만원 대 1720만원에서 해마다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또 자영업 부문의 자본수익률은 2009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다 그 기울기가 2017년부터 가팔라졌다고 두 사람은 밝혔다. 주 교수는 2017년부터 자영업 부문의 소득이 정체되고 자본수익률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 쓰는 소비가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소비는 감소한 것을 꼽았다. 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소비(금액 기준)는 전년 대비 4조6천억원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2018년에도 이어져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4.03% 줄어들었다. 반면 우리 국민의 국외 소비는 6.47% 늘어났다. 아울러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의 소비는 정체하고 통신, 오락 문화의 소비는 늘어나는 등 소비의 양극화도 자영업 부진의 원인이라고 주 교수는 지적했다. 이미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한층 큰 부담을 주었지만, 자영업의 어려움을 전적으로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분석실장도 “최근의 자영업자 수 증감과 최저임금의 관계가 그리 명확지 않다”고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자영업자는 2017년 10월에 576만명까지 증가하다 이후 줄어서 2018년 2월에는 552만6천명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3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7월 현재 57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 수 증감 원인을 거의 전적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변동에서 찾은 그는 “최저임금 영향으로 자영업자가 감소한다면 (반대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영향이 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570만명의 자영업자 가운데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경영하는 자영업자는 70%에 이른다. 그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으나 자영업의 경영상 어려움은 장기적, 구조적 현상”이라며 “자영업의 과밀화 해소, 안전망 구축 등 구조적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자영업 진입을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몇개월만이도 현재 운영되는 가게에서 경험을 쌓는 인턴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본 한홍렬 교수 (한양대)는 “두 개의 발제는 자영업 문제는 최저임금 효과에 집중해 단기적 대응을 할 게 아니라 추세적으로 봐야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애초 의도한 대로 임금 인상과 자영업자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상생이 가능할까?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현찰’이고, (소비 증대를 통해)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어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저임금 해소는 시대적 과제이고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손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영업자의 어려움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바뀌어야 하는 지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료 인상 억제나 프랜차이드 본사의 비용 전가 억제 같은 대책과 관련해 “중기적 해법에 가깝다는 데 문제가 있으므로 정책효과의 시차를 줄이고, 계층별로 차등화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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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이 29% 오르면서 자영업자가 문재인 정부 비판세력으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과연 자영업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국정 지지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의 분석은 흥미롭다. 정 위원은 한국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표 성향을 보이던 자영업자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는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며 올 초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며 “두드러진 지지 철회”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위원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데 대해 1월 부터 7월 까지 응답자의 78%가 일관되게 동의했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데는 1월부터 5월까지는 응답자의 67%가 동의했으며 7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75%로 상승했다. 정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이란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정책 취지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올 1월 부터 자영업자들이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을 공약대로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으로 올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올해 1월에는 39%가 동의하고 55%가 반대했으나 7월에는 28% 대 68%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아졌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일반인들은 1월에 52%가 동의하고 41%가 반대했는데, 5월에 53% 대 43%로 추세가 유지되다 7월에는 40% 대 53%로 찬반 비중이 역전됐다. 정 위원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주도 성장 추진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우려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나온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데 이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이유 때문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에게 유리한 세제구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조사에서 자영업자가 ‘소득이 없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출 (파악) 부분은 많이 개선됐으나, 비용부분은 여전히 불투명”해 소득이 과소 보고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들어 일부 언론의 집중보도로 부각된 ‘자영업위기 담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정확히 파악되기 어려운 지난해 말 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다죽게 됐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며 “이 과정에서 통계의 의도적 왜곡이나 오용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이런 ‘몰아치기식 보도’는 자영업자의 분노에 불을 지피고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포기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언론이 의도하는 대로 재벌-수출-낙수효과에 기댄 종전방식의 성장으로 돌아간다해도 자영업자의 처지가 나아지는 게 결코 아닌 만큼 차분히 원인을 따져 구조적인 대응(임대료 인상, 골목상권장악, 프랜차이즈 갑질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 혁신해야”

과연 해법은 뭘까.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상생협력본부장은 발제문에서 자영업 위기 극복을 위해 △자영업의 혁신성 제고 △불공정 프랜차이즈 개선, 대기업 골목상권 진입 제한 등 경쟁시스템 개혁 △자영업 전용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플랫폼 구축 등 자영업 시장의 성장 및 보호 △지역상권 중심의 지속경영체제 구축 △자영업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추진 △자영업 정책체계 혁신 등 6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현재의 자영업 비지니스 모델로는 온라인과의 경쟁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인구 감소, 초고령화 같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정보기술(IT), 사물인터넷(IoT) 등 외부의 혁신을 적용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수요를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자영업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지역의 산업, 의료기관, 주민의 수요가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공동체는 이를 수용하는 포용적 성장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이 조달구매를 할 때 지역 협동조합 같은 소상공인 조직에 기회를 먼저 제공하는 것도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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