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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가 두 번째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선수 연봉과 기업 투자액, 여성 참여도, 동시접속자 수 등 여러 항목에서 성장세다. 기존 강세 종목에 뒤지지 않는다. 프로 야구 못지않은 시장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8일 '신호'가 잡혔다. e스포츠 빅 이벤트 두 개가 비슷한 시간대에 열렸다. 두 행사 모두 흥행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훈풍이 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과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KSL)' 결승전. 두 종목은 맞물리지 않았다. 시너지를 냈다. 고객을 뺏고 뺏기는 형세가 아니었다. 종목을 즐기는 계층 다양성을 확인했다. e스포츠 시장 자체가 커졌다. 인기 게임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 '덩치'를 갖췄다.
LCK 결승 5차전 동접자 수는 8만에 육박했다. KSL 결승전도 4만 명을 가뿐히 넘겼다. 정규 시즌 기준 프로 야구와 비슷했다.
현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서울 넥슨 아레나와 예스24라이브홀은 3천 석 규모 관객석을 꽉꽉 채웠다. 티켓 예매 완료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돈보따리 푼 '공룡 기업'…"e스포츠는 '대박' 보장한 미래"
한국뿐 아니다. 전 세계에 e스포츠 바람이 분다. 신호는 명확하다. '공룡 기업'이 돈보따리를 풀었다. e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앞다퉈 스폰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e스포츠는 '대박' 가능성이 큰 차기 먹거리 산업(the next big thing)"이라고 했다. 2014년 6월 트위치를 10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에 사들이면서 한 말이다.
트위치는 e스포츠 인터넷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현재 세계 게임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 구글도 발 벗고 나섰다. 디즈니는 지난해 e스포츠 중계권을 보유한 인터넷 방송 밤테크(BAM Tech)를 인수했다. 인수액만 약 3조 원. 자체 플랫폼 출시 기반을 닦으면서 e스포츠 잠재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었다. 구글은 유투브와 손잡고 e스포츠 방송에 발을 들였다.
기업 면면이 다양해졌다. 더는 정보기술(IT) 기업만 e스포츠를 주시하지 않는다.
과거 e스포츠에 투자하는 기업은 인텔, HP, 소프트뱅크 등 IT 기반 회사가 절대 다수였다. 8할이 넘었다.
구도에 변화가 일었다. 특히 최근 4년간 급속도로 변했다. 자동차, 식음료, 패션 기업이 투자 명단 상위에 올랐다. 벤츠와 도요타가 e스포츠 스폰서를 맡으면서 오래된 명가(名家) 이미지에 '젊음'을 불어넣었다.
레드불, 몬스터, 코카콜라 같은 식음료 기업도 마찬가지. 적극적으로 자사 로고를 e스포츠 경기장 곳곳에 입혔다.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린다. 기업은 '돈 냄새'를 맡았다. 미국 경제 유력지 포브스는 "앞으로 5년간 e스포츠가 실탄 부족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스포츠 산업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2015년엔 7억 달러(약 7,800억 원) 규모로 평가 받았다. 이후 3배 넘게 더 뛸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2022년쯤 23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까지 시장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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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 스포츠 NFL 뛰어넘어…"아직 정점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즐기는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만 집계한 수치가 이 정도다. 시청자 규모는 약 1억 9천만 명. 미국 단일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보유한 미국 프로 풋볼(NFL)과 비슷한 수준이다.
LOL 하나만 기준으로 삼았을 때 계산이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마인크래프트 등을 함께 넣으면 다룰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NEW ZOO는 "시장 성장세를 고려하면 오는 2020년 e스포츠 관람객은 약 5억 9,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NFL, NBA(미국 프로 농구), MLB(미국 프로 야구)를 합친 숫자다. 어마어마한 잠재성이다.
전통 스포츠 구단도 손을 내밀었다. 추세를 읽고 지갑을 열었다. MLB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는 지난해 LOL 게임단을 운영하는 '비전e스포츠'와 투자 제휴를 맺었다.
이밖에도 전 NBA 스타 릭 폭스, 독일 프로 축구 분데스리가 명문 헤르타 베를린 등이 자체적으로 게임단을 운영 중이다. 헤르타 베를린은 축구 게임 '피파'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e스포츠 아카데미까지 설립해 열성을 보였다.
전통 스포츠와 동행은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e스포츠 인구 구조를 보면 장년층이 거의 없다. 전통 스포츠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인기 구기 종목은 수십 년 동안 프로 리그를 운영해 왔다. 데이타 양과 질, 팬 서비스 노하우가 분야별로 농축돼 있다. 이를 활용하면 장년층의 e스포츠 유입 문턱을 낮추는 묘안이 나올 수 있다.
산업 성장 뿌리는 열광하는 '인구 수'다. 시청과 제품 구매, 직접 플레이하는 코어 인구 증가가 사업 미래 성패를 가늠한다. 이 점에서 e스포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하다.
국내 열기는 이미 검증을 마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시장의 경제 효과는 약 2,300억 원. 생산유발효과가 1,637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633억 원으로 측정됐다.
한 산업이 지닌 광고 효과를 대략 가늠할 수 있는 스폰서 시장 규모는 212억 원이 적혔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 축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사이즈다.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해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연다. e스포츠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 대만, 유럽 등 전 세계 실력자를 한곳에 초빙한다. 국내 팬들은 이들이 겨루는 대회를 축구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이라 부른다.
상금 규모가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 상금은 약 51억 원. 월드컵 우승 상금(431억 원)에 견주면 아직 새발의 피다.
그러나 이는 LOL 대회 하나만 상정한 액수다. 폭발적인 증가세와 기타 종목 상금까지 합치면 월드컵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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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구 유입도 호재…男女 두루 즐기는 e스포츠
일찌감치 '여심' 공략에 성공한 점도 호재다. 라이엇게임즈는 "유저와 관람객 비율에서 여성 인구가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LOL 스프링 시즌 결승전이 상징적이다. 현장 티켓 구매자 46%가 여성이었다. 롱런 가능성이 커지는 신호"라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즐기는 여성 비율이 65.5%까지 올랐다(2017년 기준). 남성 비율인 75%와 별 차이가 없다.
기존 스포츠가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떠올리면 반색할 신호다. 시작점부터 남녀 두루 즐기는 '구조'를 갖췄다. 여성 프로 리그 창설, 여성 게임 크리에이터 지원 등으로 외연을 확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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