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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反난민' 북유럽도 침투… 극우당, 스웨덴 정치 키를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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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우파 연합 모두 과반 실패

"이제 우리가 스웨덴 정치에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9일(현지 시각) 치러진 스웨덴 총선 개표가 끝날 무렵 반(反)난민을 기치로 내건 스웨덴민주당(SD)의 임미 오케손(39) 대표가 당원들 앞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했다. 당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개표 결과 전체 349석 중 좌파 연립여당은 144석, 야권의 우파연합은 143석을 얻어 모두 과반수(175석) 확보에 실패했다. 그 틈을 비집고 극우 성향인 스웨덴민주당이 62석을 얻어 확고한 원내 3당으로 부상했다. 스웨덴민주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것이다. 스웨덴민주당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각종 정책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내각 구성 권한을 갖는 쪽이 뒤바뀔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스웨덴의 좌우 양당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스웨덴민주당은 2010년 총선에서 20석을 확보하며 처음 원내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2014년 49석으로 도약하더니 이번엔 62석까지 얻어냈다. 그 사이 득표율은 5.7%(2010년)→12.9%(2014년)→17.6%(2018년)로 쑥쑥 올랐다. 반면 기성 정당의 지지 기반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연립 여당의 중추인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28.4%로, 101석을 얻어 현재 의석수대로 치른 1970년 총선 이후 가장 적은 의석을 얻었다. 또 1917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득표율 30% 달성에 실패했다. 우파를 대표하는 보수당 역시 70석에 그쳤다. 집권하던 시기인 2010년엔 107석이었지만 이후 계속 의석이 줄었고, 이번엔 득표율이 19.8%에 그쳐 스웨덴민주당의 추격을 턱밑까지 허용했다.

조선일보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한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세금을 많이 내지만 혜택은 이민자들이 가져간다'는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복지 선진국답게 스웨덴은 국민 부담률(세금 및 국민연금료 등 사회보장 부담 기여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4%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난민 60만명을 포용하면서 '세금을 낸 만큼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깨졌다. 전체 1000만명이 사는 스웨덴은 인구 대비 난민 비율이 유럽 최고 수준이다. 일간 더타임스는 "이미 8%인 스웨덴의 무슬림 비중이 2050년에는 30%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북유럽까지 극우 정당 바람이 몰아치면서 반이민 정치 세력은 유럽 전역에 포진하게 됐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4선을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 동맹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연립정부에 참가해 부총리를 얻어낸 집권 세력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155년 전통의 독일 사민당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프랑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은 지난해 대선 결선 투표까지 올랐다.

극우 정당은 EU(유럽 연합)라는 구심점을 거부한다. 저마다 민족주의를 자극하며 EU 탈퇴를 공언하고 있다. 극우 정당이 득세할수록 EU 결속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EU 의회 선거에서 각국 극우 정당들은 연대를 모색하는 중이다. 결과에 따라 EU의 미래가 기로에 놓일 수 있다. 매슈 굿윈 영국 켄트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나 민족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나타나는 특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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