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이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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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에서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완벽한 출발을 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남태희(알두하일)의 연속골로 2대0 완승을 따냈다. 다음주 더욱 강한 팀인 칠레와의 평가전도 남아 있지만 일단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승전보였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조짐이 좋았다. 대표팀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고, 23세 이하(U-23) 대표팀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모처럼 축구 열기가 타오른 덕분에 관중 3만6127명이 2014년 9월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 이후 4년 만에 A매치를 치른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국가대표팀 홈 경기가 매진된 것은 2013년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A매치 이후 무려 5년 만의 경사다. 대한축구협회는 킥오프를 4시간 앞둔 오후 4시께 "현장 판매분까지 합쳐 좌석이 모두 팔렸다"고 기쁘게 매진 소식을 알렸다.
새 감독을 맞이해 의욕이 넘치던 선수들 역시 훌륭한 경기력으로 축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4-2-3-1 포메이션을 쓴 벤투 감독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원톱으로 놓고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재성·남태희를 2선에, 중원에는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과 정우영(알사드)을 배치했다. 수비에는 홍철(수원 삼성)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FC도쿄) 이용(전북 현대)이 나섰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빗셀 고베)가 꼈다.
비록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유기적인 패스와 빠른 역습 축구가 그라운드 위에서 구현됐다. 손흥민은 공격 지역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프리롤'을 맡아 전반 27분 강력한 슈팅으로 골키퍼를 놀라게 하는 등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고,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는 물론 기술을 겸비한 이재성과 화려한 드리블을 갖추고 있는 남태희도 코스타리카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이들에게서 득점포가 터져나왔다. 전반 막판 기성용의 롱패스를 받던 남태희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손흥민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뒤에서 뛰어들어오던 이재성이 마무리했다. 최근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에서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뒤에도 변함없는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성은 자신의 40번째 A매치 경기이자 벤투호 데뷔전에서 첫 골의 주인공이 되면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수비진 역시 별다른 위기를 내주지 않았고 후반전에는 기다리던 추가골까지 나왔다. '카타르 메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드리블이 좋은 남태희는 후반 33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뒤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강력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그동안 11개월이나 국가대표팀에 불리지 못했던 남태희는 벤투호 첫 경기에서 제 몫을 다하며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기존 주전 선수와 오랜만에 돌아온 선수까지 맹활약한 기분 좋은 경기였지만 벤투 감독은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정장 대신 자신의 이니셜 PB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온 벤투 감독은 90분 내내 자리에 거의 앉지 않고 경기를 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앞서나간 후반전에는 기성용 대신 김민재(전북 현대)로 교체하고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는 전술 실험을 했고,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황의조(감바 오사카) 황인범(아산 무궁화) 등 다양한 선수를 연이어 투입하면서 선수 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웃어 보인 벤투 감독은 "승리는 항상 기분 좋고 축하받을 일"이라며 "좋은 퀄리티를 선보인 뒤 따낸 승리라면 더욱 그렇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90분 내내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수비적으로도 좋았고 공격으로 전환할 때 역습에서도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자평한 벤투 감독은 이제 11일에는 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칠레를 상대할 준비에 들어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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