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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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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가는데 실력 줄어…" 차붐의 탄식, 더는 없어야[김현기의 축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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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개선한 뒤 감사 인사를 올리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난 3월 스포츠서울 1만호 특집 인터뷰를 위해 차범근 감독 인터뷰를 진행할 때였다. 자나깨나 한국 축구만 생각하는 차 감독이 각급 대표팀 동반 부진을 얘기하다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내 생각엔 선수들이 군대를 안 가면 유럽에도 가고 축구에 더 몰입할 것 같았는데 (병역혜택 뒤)반대로 실력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차 감독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면엔 어른들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닌지…”라고 했다. 군대 문제를 해결한 선수들이 오히려 퇴보한다는 견해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적지 않게 제기됐다. 그런데 우선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 꿰뚫어보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차 감독이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아울러 축구 선배들과 축구산업 종사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곁들인 것으로 여겨졌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총 38명이 병역 특례를 받았다. 2002년 월드컵 4강 뒤 군대 문제에 발목 잡혀 기대주들의 성장이 더딘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군 문제 해결=축구 부흥’ 공식이 성립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고 ‘병역 특례=돈’의 공식은 맞아도 ‘병역 특례=실력’의 공식은 어긋나기 일쑤였다. 2014년과 2018년 월드컵에서 많은 아쉬움 끝에 조별리그 탈락한 것이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2000년대 초반 외국어를 못해 지하철을 거꾸로 타면서까지 유럽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했던 선배들의 정신은 사라졌다. 런던 올림픽 뒤 유럽에 진출한 선수는 윤석영 한 명 뿐이었고 인천 아시안게임 멤버 중에도 이재성이 전부였다.

물론 유럽행이 100% 정답은 아니지만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뒤 상당수 태극전사들이 유럽행에 대한 갈증을 더 느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차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다름슈타트에서 유럽 데뷔전을 치렀음에도 복무를 더 해야한다는 해석이 나오자 6개월을 공군에서 더 보낸 뒤 다시 독일로 건너가 정규시즌 98골의 위업을 완성했다. 그가 뛰던 40년 전과 지금은 분명 세계적인 선수층과 실력이 다르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차 감독의 그런 도전 정신은 깊이 새겨야 한다.

본지는 지난 1일 김학범호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이 우승의 감격에 젖어있기 보다는 주어진 병역 혜택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한국 축구 발전을 함께 고민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가장 좋은 답은 결국 유럽 진출이 될 것이다. 유럽행이라는 게 지동원의 말처럼 선수의 의지와 별도로 구단간 협상이 개입되는 문제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10번, 100번을 얘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2년과 2014년이 준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금메달리스트 중엔 손흥민을 필두로 황희찬과 이승우 등 유럽 무대에서 굴하지 않고 뜻을 펼쳐나가는 ‘젊은 피’들이 있어 반갑다. 그들의 도전이 축구대표팀과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나비 효과가 됐으면 한다.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어른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차붐’의 탄식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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