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협의회, 구매협동조합 통해 물품 공동구매 추진
치킨프랜차이즈 bhc와 1400곳에 달하는 가맹점주간 갈등이 3개월째 답보 상태에 빠졌다. 가맹점주는 납품가격 공개를 요구하는 반면, 본사는 기밀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은 공정거래위원회 중재 하에 한차례 회의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bhc 가맹점주 400여명은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앞에서 "튀김용 기름과 닭의 납품가격을 공개하라"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bhc 유니폼을 입은 가맹점주들은 ‘끝까지 밝힌다 오일 가격 진실!’ ‘언론에선 기부왕! 가맹점에겐 착취왕’ 등의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bhc본사 앞에서 점주들이 bhc에 재료 원가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소영 기자 |
가맹점주들은 이날 "본사는 점주들로부터 광고비 204억원을 받았지만 17억원만 썼고, 차액을 어디에 썼냐고 묻는데도 답을 하지 않는다"며 "가격이 3만원 안팎인 튀김용 기름 ‘고올레산 해바라기유(15ℓ)’를 가맹점에 6만7000원에 팔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bhc는 해바라기유 공급에서 2배 이상 폭리를 취하면서도 이익이 미미하다고 하고, 가맹점에서 내고 있는 광고비를 적법하게 사용하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 A씨는 "치킨 한마리 팔면 2000원도 손에 못 쥘 정도로 가져가면서, 매번 일방적인 통보만 한다"며 "동반자가 아니라 현대판 노예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집회가 끝날 쯤, bhc 가맹점주 협의회 측은 공식서한을 전달하러 본사를 찾았으나 협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가맹점주 B씨는 "오늘도 본사 앞에서 공식서한을 전달하러 갔는데 협의를 하지는 않았다"며 "대화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대화를 안하고 있다"고 했다.
bhc 본사와 가맹점주의 갈등은 지난 5월부터 불거졌다. 교촌, BBQ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3~4배에 달하는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27%)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bhc 매출은 2391억원으로 교촌(3188억원)보다 적었지만, 영업이익은 교촌(204억원)의 3배(648억원)였다.
bhc 가맹점주들은 전국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처음엔 전체 1400개 bhc 가맹점 중 900곳이 참여했지만 현재 1100여곳으로 늘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본사 경영진 5명을 사기·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또 이들은 이달내로 공정위에 재조사를 요구하고, 오는 18일과 10월 2일에 추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진정호 bhc가맹점 협의회장은 "공정위는 환경개선비용과 광고·판촉집행내역 통보에 대해서만 제재를 했다"며 "광고비 사용내역 공개와 해바라기유 공급가격, 가맹계약 해지 문제 등을 정식으로 조사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진정호 bhc가맹점 협의회장은 4일 점주들의 의견을 모은 공식서한을 전달하러 bhc본사를 찾았다./안소영 기자 |
공정위는 지난 5월 bhc에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bhc 본사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점포 환경 개선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고, 가맹점주들에게 광고·판촉행사 집행내역을 법정 기한 내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bhc 점주들은 미스터피자처럼 가맹점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구매협동조합’도 추진할 예정이다. 미스터피자는 지난달 미스터피자 가맹본부(MP그룹)와 서울시의 중재로 상생협약식을 체결하고,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2019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bhc의 최대주주는 현재 미국계 사모펀드 TRG(로하틴그룹)다. 2013년 로하틴그룹이 BBQ로부터 인수해 주인이 바뀐 뒤, bhc는 업계 10위에서 2위로 급부상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실적을 끌어올리고 매각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로하틴그룹이 중간마진을 많이 가져가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bhc 측은 "수시로 점주협의회와의 소통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은것 같다. 미팅을 정례화하고, 소통을 통해 상생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bhc-가맹점주 갈등일지
2018년 5월 20일 :공정위, bhc에 과징금 1억4800만원 부과
5월23일 : 전국bhc치킨 가맹점 협의회 공식 설립총회 개최
bhc 본사에 공식답변요청 내용전달
6월 4일: 가맹점주협의회, bhc본사에 공식 내용증명발송
6월14일: 가맹점주협의회 세종시 공정위 앞 평화집회 개최
6월15일: bhc 본사, 가맹점협의회 면담 통보
8월28일: 가맹점주, 본사 경영진 5명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
9월 4일: 가맹점주, bhc 본사 앞 항의집회...공정위 재조사 촉구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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