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성추행 안해", 최영미 "직접 본 것"

고은 시인측 손배소 첫 재판 공방

"성추행 폭로는 가짜다." "명백한 사실이다."

고은 시인 측과 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측은 31일 법정에서 성추행 여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356호 법정에선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의 허위 폭로로 씻을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고씨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고 최씨는 직접 참석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최영미(가운데) 시인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고씨 대리인은 "성추행을 한 사실이 없고 최씨 등의 폭로는 가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씨 대리인은 "남에게 들은 것도 아니고 직접 듣고 본 명백한 사실"이라며 "최씨가 본 것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증언이 많이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성추행 입증 책임을 두고서도 의견 차이를 보였다. 고씨 대리인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최씨 측은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라고 맞섰다. 이 때문에 재판장은 "서로 책임 전가를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한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최씨의 시 '괴물'에 고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최씨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문인들이 그렇게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최영미 개인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씨 대리인 측은 기자단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정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