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책, 최저임금 제도개선이 본질…업종별·규모별 차등화
구직수당·환산보증금 확대·근로장려금 등 '미봉책 불과…실효성 논란'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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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그게 무슨 자영업자 지원 대책입니까? 최저임금 개선이 본질이에요. 일자리안정자금지원도 그림의 떡이고, 환산보증금 확대도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최저임금 과속을 막고, 업종별·규모별 차등화만이 해법입니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놓고 현장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100회 이상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거쳐 총 7조원 이상을 지원하지만, 최저임금 충격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이 아니라는 게 현장의 소리다.
좀 더 세밀한 정책으로 경영부담을 현실적으로 낮춰 달라고 입을 모았지만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쏙 빠졌다는 주장이다. 우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근로장려금(EITC)·일자리안정자금 확대와 같은 자금 지원과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등의 실효성 논란도 뜨겁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 상향도 미봉책이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차 최저임금 인상 규탄집회를 마친 뒤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정치권과 정부가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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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예외 무산·산입범위 확대 실효성 없어=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최저임금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5인 미만'의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 적용을 유예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기대했지만, 이번 대책에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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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단체들은 최근 1년 가장 큰 경영비용 변화가 인건비에서 발생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별도 기준이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 기준을 최저임금법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부진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을 환영하지만, 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현실화와 규모별 구분적용 법제화가 반드시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당정이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대해 환영을 뜻을 표하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보다 세밀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추가 보완 입법 등 후속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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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개정된 최저임금법의 인건비 부담 경감 효과 실효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19년 최저임금이 확정 고시된 직후 '최저임금 관련 긴급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법위 확대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다소)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9.5%에 그친 반면, '(전혀+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5%로 절반을 상회했다. 조사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 5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8월10일까지 5일 간에 걸쳐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 거절과 입력 오류를 제외한 최종 유효 응답 357개 중 '종업원이 있는 외식업체' 246개사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서용희 수석연구원은 "대다수 외식업체가 종업원과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고 있어 최저임금 산입법위 확대 내용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고 있는 일부 업체들 또한 내년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리 수 인상으로 결정되면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지급을 철회하고 포괄임금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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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일자리안정자금, 중견기업만 혜택= 늘어난 일자리안정자금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난이 거세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30인 미만 사업장)에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15만원으로 늘리고 300인 이상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생색내기 지원책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식당 사장 김지훈(가명) 씨는 "직원 4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일자리안정자금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하는데 , 직원들이 고용보험 가입을 거부하니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산업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외식업체의 고용보험 가입률(2017년 기준)은 49.8%에 그쳤다. 외식업 근로자 2명 중 1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 업계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책이 '그림의 떡'으로 불리는 요인이다. 외식업계가 일자리안정자금 규모 확대보다 지급 대상 확대 및 기준 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수한 외식산업의 고용구조에 맞는 기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근로자 본인이 소득금액 감소, 최저생계수급자로 소득 신고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4대보험 가입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피하지 않는 근로자를 채용하면 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구인난이 심각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식업체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을 외식사업주에게만 묻고 있는데 고용보험 가입률 제고를 위해 근로자 개인의 환경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외식산업은 고용안전문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보라(가명) 씨는 "외식업 특성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보수 총액 기준 월 190만원 이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상을 늘리면서 중견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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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보증금 기준 상향…폐지해야"=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이다. 2002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처음 명시된 뒤 올해까지 4번 상향 조정됐다. 서울은 현재 '6억1000만원 이하'다. 이 기준을 월세로 환산하면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원을 내는 임차인까지 포함된다.
정부는 서울시 등의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높여 임대차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환산보증금 자체를 폐지해 모든 임차인들이 임대차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감정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서울 시내 상가(1326개 표본) 중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건 9.6%였다. 지난해 6월 말 서울시가 조사한 상가 환산보증금 실태조사에서도 기준을 넘는 곳은 11.4%에 그쳤다. 상가매물전문포털 점포라인에 현재 등록된 서울 상가 매물 3만4511건 중 2697건(7.8%)만 기준을 넘었다. 실제로는 90%가량의 상가가 보호대상이었다.
전문가들은 환산보증금 확대는 임대차 분쟁의 핵심을 벗어난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대료가 비싼 상가 일부를 제외하면 혜택이 없어서다. 게다가 기준을 초과한 상가들도 현행법의 예외조항을 통해 부당한 계약해지 방지나 5년간 계약 보장 같은 기본적인 보호는 받을 수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환산보증금을 아예 없애야 한다"며 "환산보증금 기준만 높이면 임대업자들은 또 이를 피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환산보증금을 폐지해 모든 영세 자영업자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 등 임차권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직수당·의제매입세액공제·근로장려금 등 '미봉책'= 근로장려금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매출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따지는데, 가령 한 업주는 매출이 높지만 인건비, 원자재비, 본사 로열티,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알바생 수준의 월급만 손에 쥐는 경우가 허다해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매출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제로페이' 도입에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 정부는 수수료 없는 모바일 결제앱 제로페이를 조기 도입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지만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직불카드 방식이라 쓰임새가 적을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 여신 기능이 없는 제로페이 자체가 쓰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음식점 등이 명세농산물 구입시 적용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의 공제한도를 한시적으로 5%p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연말까지 특례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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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아르바이트생보다 빈곤한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정부는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부가가치세법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한도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직수당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또 혈세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에 이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을 또다시 세금으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는 것.
한 소상공인은 "지금 당장 폐업 위기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를 돕는 것이 재기 지원보다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의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폐업을 검토중인 한 자영업자 역시 "망하지 않게 도와줘야지, 망하고 난 후에 지원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사후약방문 대책으로는 자영업자를 살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0만8076명에 달한다. 그중 95% 이상은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올해는 폐업이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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