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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아는 와이프’, 이기적인 남편 혼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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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지성의 첫사랑과 전처 이야기가 나와 처음에는 남성판타지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더 보면 이기적인 남편을 혼내는 이야기다.

은행 대리 차주혁(지성)에게는 서우진(한지민)과 이혜원(강한나) 두 명의 여성이 있다. 서우진과는 과외선생을 하다 가까워져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았다. 아내인 우진은 분노조절장애인이 돼버렸다. 남편이 몰래 즐기는 게임기를 욕조 속에 던져버린다. 늦게 퇴근하는 남편에게 “나가! 꼴보기 싫어”라고 말한다.

그러다 과거를 되돌리는 판타지 설정으로 주혁은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을 만나 결혼한다. 재벌집 딸인 이혜원과 결혼해 좋은 집에서 살고 장인 덕에 회사에서 실적도 쌓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결여된 아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처를 그리워한다.

‘아내 바꿔 살아보기’를 통해 지성은 반성한다. 서우진과 다시 살아보기 위해 2006년도에 발행된 500원짜리 동전을 들고 미스터리한 톨게이트(장원TG)로 갔지만 과거로 돌아가는데 실패했다.

지성은 이제야 자신이 과거 아내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한번도 장인의 기일을 챙기지 못했다. 아내가 “한번만 와달라고. 엄마가 섭섭해한다고”라고 해도 송대리 송별회, 행장 암행설로 인한 서류 작업, 지점장의 맹장염 등 그때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처가에 가지 않았다. 아내에게만 육아를 맡기고 자신의 개인 생활은 다 즐기는 이기적이고 찌질한 남편이었다.

“누군가 사라지고 난 후에, 그 사람이 날 떠난 후에,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왜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을까, 후회되고 아쉽고 그립다. 미안해. 정말”

우진을 향한 차주혁의 고해성사는 신파적이라 해도 닿을 길 없어 애틋했다. 이처럼 지성이 반성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작가는 지성을 좀 더 호되게 질책하는 듯했다.

우선 차주혁(지성)은 한번도 현재 아내에게 충실한 적이 없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과거의 아내나 첫사랑의 아쉬움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면서 현재는 소홀히 하거나 회피하는 남자다. 현재 아내인 이혜원은 남편에게 밥도 잘해주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우아한 아내는 취미로 나가는 대학강사를 하다 남자까지 만난다. 주혁은 그런 아내와 마음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주혁은 혜원에게 이혼하자고 하지도 못한다. 현재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 현재의 삶에서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또 과거로 돌아간다면 첫사랑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과거가 바뀌어 혜원과 살고 있는 주혁이 우진과의 생활은 그리워하면서 그녀와 함께 낳은 아이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은 주혁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했다.

‘아는 와이프’는 다른 아내와 살아보며 무엇을 놓치고 사는지를 깨닫게 하는, 그래서 현실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반성하는 차주혁에게 아직 100% 감정 이입이 되지는 않는다. 아니, 차주혁은 좀 더 혼이 나야할지 모른다. 그냥 얼버무리기 보다는 조금 더 따져야 할 것 같다. 뒤늦은 후회, 신파적 죄책감만으로 원상회복시켜줄 정도로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포인트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는 프로그램이 전지적 여성(며느리) 시점으로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차주혁(지성)을 향해 “그냥 결혼하지 말고 엄마 아빠랑 살면서 그 대단한 밥이나 얻어먹고 살어”라는 쓴 댓글이 그런 시청자 심리를 대변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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