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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현장메모] 배가 산으로 가다 끝난 드루킹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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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표적수사도, 청부수사도 아니고 오직 증거에 따라,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하겠습니다.”

지난 6월27일 ‘드루킹’ 김동원씨 댓글 조작사건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날 허익범 특검이 밝힌 포부다.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심이 흔들려 ‘배가 산으로 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지난 2개월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후자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댓글 조작 증거는 무척 다양했다. 우선 검경에서 넘겨받은 5만쪽분량의 수사기록이 있다.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 소유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가 여럿 압수됐다. 드루킹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는 한때 특검팀의 ‘스모킹건’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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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별검사팀(특검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수사기간 연장 없이 60일간의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25일 활동을 마친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증거가 하나로 관통되지 않은 듯했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는데 제대로 꿰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 특검팀은 드루킹의 ‘입’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드루킹이 김 지사와의 대질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한 건 결국 특검팀에 치명타가 됐다. 법원은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김 지사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관련 수사는 ‘별건수사’ 논란까지 일으키며 특검팀에 자승자박으로 작용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을 동원해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을 시도했는지가 ‘본류’인데, 특검팀은 드루킹 쪽에서 노 전 의원한테 흘러간 몇 천만원의 불법성 여부라는 ‘지류’에 집착했다. 언론에 피의사실 일부가 공개된 노 전 의원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특검팀은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까지 몽땅 뒤집어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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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사회부 기자


특검 수사 종료가 곧 드루킹 사건의 종착역인 건 아니다. 특검팀이 재판에선 그간의 과오를 바로잡고 여러 증거와 진술을 하나로 궤어 ‘보배’를 만들길 기대한다. ‘일이관지(一以貫之)’란 옛말처럼 하나로 모든 걸 관통해야 변하지 않는 진실이 나오는 법이다.

김범수 사회부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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