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일자리안정자금
월 13만원→15만원으로 늘리고
사회보험료·근로장려금 지원 확대
“경쟁력 강화·안전망 구축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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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늘어난 자영업자의 비용지출 부담을 재정 지원으로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570만명에 달하는 국내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이 어려운데도 버티는 한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을 통한 한시적 지원에 의존하는 정책은 실효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자영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출구를 열어주는 투트랙 전략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에 자영업자를 위해 7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2조3천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 직후 “매출 부진과 경영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일자리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근로장려금(EITC) 지원 확대는 물론이고, 카드 수수료 및 세 부담 절감 등의 방안이 여럿 포함됐다.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려 문 닫는 자영업자를 줄이고 해당 분야의 취업자 수 감소도 막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직접 지원을 위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조원 이내’로 편성된다. 특히 내년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해, 현재 1인당 월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고령 노동자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래는 직원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월평균 19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에 대해 지원해왔지만, 300명 미만 사업장이라도 60살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고용위기지역에 있으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급 기간을 12개월로 예상하고 예산을 짰는데 실제로는 평균 10개월 정도에 그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추가 대상자는 21만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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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추가로 늘어나는 지원액 2조3천억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근로장려금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장려금을 받는 자영업 가구를 57만가구(2017년 기준)에서 115만가구로, 지원 규모를 4천억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늘린다. 직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를 위한 고용보험료 지원도 늘어난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월소득 예상액인 기준보수가 1등급(154만원)인 경우에만 지원받을 수 있던 고용보험료 지원을 4등급(211만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자영업자는 지난달 기준 570만1천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에 달하며, 이 가운데 70.9%(404만2천명)가 직원을 두지 않은 1인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비중이 큰데다 영세한 규모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소규모 창업이 일반적인데다 과당 경쟁과 중국 관광객 감소, 내수경기 위축 등이 맞물리며 최근 들어 이윤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3.7로 2005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상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소득 격차는 2014년 연 667만원에서 2016년 805만원까지 벌어졌다.
이번 대책을 두고 소상공인 단체들은 남은 과제가 많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 등보다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최소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평균 매출액이 비가맹점보다 높지만 평균 수익은 낮은 상황인 현실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영세자영업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해주는 미봉책만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뒤따른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에게 술을 파는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완화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는데, 일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 같다. 갈수록 정부가 다급한 마음에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발표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탓에 생계비도 못 벌면서 계속 자영업에 머무르며 버티는 이들이 많다”며 “도·소매, 음식·숙박, 운수, 교육서비스 등 업종별로 실태와 특성에 맞게 세분화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경제학)는 “자영업자 지원책은 임금노동자의 은퇴를 늦춰 진입을 최소화하고 자영업자가 다시 임금노동자로 돌아가도록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체계적인 직업훈련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6월 기준 1인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1만2천명(0.2%)에 그친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제도는 2012년에 도입됐지만, 회사와 보험료 부담을 나눠 내는 임금노동자와 달리 모든 비용을 홀로 부담해야 해 가입률이 저조한 것이다.
정은주 방준호 이정국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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