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인접한 스페인 영토… 입국 시도 올해 4배로 급증
이탈리아가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 대륙을 마주한 아프리카 서북단의 스페인령(領) 세우타가 난민들의 제1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우타는 같은 해안선을 따라 보다 동쪽에 있는 스페인령 멜리야와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유일한 유럽 땅이다. 18.5㎢ 면적의 세우타는 멜리야보다 유럽 대륙에 훨씬 가깝다. 앙골라·나이지리아·세네갈 등 아프리카 전역에서 온 난민들이 일단 인접한 모로코에 집결해 '유럽 땅' 세우타로의 밀입국 기회를 노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의 난민 거부로 세우타로의 불법 입국 시도는 올 들어 4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1419명이 세우타 땅을 밟았지만 이탈리아 도착 난민은 359명, 그리스는 527명에 그쳤다.
이들 난민과 세우타를 가르는 유일한 장벽은 약 6㎞의 국경을 따라 설치된 높이 6m의 이중 철책선으로 1100명의 스페인 연방 경찰과 민병대가 순찰한다. 걸리면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나지만, 여전히 많은 난민이 이 철책선을 넘는다. 수백 명이 동시에 떼로 철책선에 달라붙기도 한다. 지난달 26일에도 800여명이 절단기 등을 동원해 일제히 철책선으로 달려가 이 중 602명이 세우타의 난민 구금 시설에 수용됐다. NYT는 "세우타 구금 시설은 이미 200명 정원을 넘어 수개월이 넘도록 800명이 수용돼 있다"고 전했다.
물론 세우타에 도착한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는 유럽 대륙이다. 그래서 또다시 보트를 타고 스페인과 영국령 지브롤터로 향하게 되는데,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해협의 강한 해류 탓에 올해 상반기에만 294명이 익사했다.
세우타는 애초 1415년 포르투갈이 아랍계 왕국으로부터 빼앗았지만, 이후 포르투갈·스페인 연합 왕국 시절(1580~1640년) 스페인계 주민이 대거 옮겨와 살게 됐다. 이후 1668년 스페인으로 관할이 넘어갔다. 그래서 모로코의 세우타 반환 요구에도 스페인 정부는 "모로코가 국가로 존재하기 수 세기 전부터 이미 세우타는 스페인 영토였다"고 반박한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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