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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127전 128기` 김보아 "욕심 버리니 생애 첫승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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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생애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우승을 확정한 김보아(왼쪽)가 연장 접전을 벌였던 이정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양평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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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홀까지 순위도 몰랐어요. 그리고 순위도, 우승도, 버디도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버리고 플레이했더니 이렇게 5년 만에 우승이 찾아오네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입성 5년 만이자 무려 128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무명' 김보아(23·넥시스)는 "우승의 비결은 우승 욕심을 버린 것"이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보아는 19일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에 위치한 더스타휴 골프&리조트(파71·6657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보그너MBN 여자오픈 최종일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합계 9언더파 204타로 경기를 먼저 끝낸 '핫식스' 이정은(22·대방건설)과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그리고 18번홀(파5)에서 돌입한 연장 1차전. 생애 첫 승을 눈앞에 둔 김보아는 이상하게 떨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티샷을 날렸고 세컨샷을 페어웨이에 갖다 놨다. 그리고 이정은의 세 번째 샷이 홀 5m가량 떨어진 곳에 멈춘 뒤 시도한 김보아의 세 번째 샷. 그동안 수없이 연습하며 가장 자신 있던 김보아의 주특기인 웨지샷은 홀 1.5m 앞에 멈춰섰다.

승부는 퍼팅에 달렸다. 이정은의 버디 퍼팅이 홀을 살짝 지나간 이후 찾아온 김보아 차례. 숨을 크게 들이마신 김보아는 전혀 떨리는 기색 없이 퍼팅을 했고 볼은 홀 속으로 사라졌다.

무려 128번의 KLPGA투어 대회 도전 만에 찾아온 우승. 늘 성실하게 투어 생활을 했던 김보아에게 동료와 후배, 선배들 모두 뛰어나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이정은은 시즌 첫 우승에 실패하며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보아의 '무명 반란'의 핵심은 마음이었다. 우승 직후 김보아는 "올해 멘탈 훈련을 시작하고 나서 시합에 임하는 자세와 생각이 달라지니 좋은 성적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마지막 홀 파퍼팅을 할 때까지도 리더보드를 전혀 보지 않았고 생각도 안 했다. 그저 '상위권이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며 "연장전 버디 퍼팅을 할 때에도 평소 퍼팅을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고 내가 본 경사를 믿고 거리만 맞추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보아는 스스로 "내 가장 큰 단점은 샷 하나하나에 너무 민감하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한 뒤 "올해 4월부터 단점을 없애고자 이종철 프로골퍼를 찾아가 멘탈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멘탈 훈련의 핵심은 단순했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실수를 했거나 보기를 하면 바로 잊고 다음 샷에만 집중했다. 버디퍼팅이나 파퍼팅이나 모두 똑같은 '퍼팅'이기에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김보아는 "퍼팅을 하기 전에 '나에게 중요한 퍼팅도 없고 중요하지 않은 퍼팅도 없다'는 말을 되뇌인다. 우승을 이끈 버디퍼팅이 성공의 힘"이라고 말했다.

멘탈 훈련과 함께 김보아가 첫 우승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역시 투어 생활을 함께한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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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김보아(가운데)가 장승준 MBN 대표이사 사장(왼쪽)에게 트로피를 받으며 박종철 보그 인터내셔널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양평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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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아는 "늘 엄마와 함께 대회를 다니는데 좋을 때도 있지만 다툴 때도 많다. 하지만 올해 엄마가 나를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해주셨다"며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는 좀 더 여유 있게 투어 생활을 할 것"이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를 전했다.

갑자기 시원해진 날씨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더위에 약해서 여름 대회에서는 집중을 잘 못하고 성적도 안 좋았다"고 말한 김보아는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시원해져서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어 보였다.

'무명 반란'으로 끝난 이날 최종 라운드는 혼전에 혼전을 거듭했다. 선두권에 오른 선수들이 초반부터 뒷걸음질 치는 사이 중위권 선수들이 매섭게 치고 올라섰기 때문이다. 결국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박결(22·삼일제약)은 1타를 잃고 합계 5언더파 208타로 최혜진(19·롯데) 오지현(22·KB금융그룹) 이소영(22·롯데) 등과 함께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 1·2라운드에서 1타밖에 줄이지 못해 공동 25위에 머물렀던 이다연(21·메디힐)은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내며 순위를 끌어올린 뒤 후반에도 4타를 더 줄여내며 합계 8언더파 205타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장은수(20·CJ오쇼핑)는 합계 7언더파 209타로 단독 4위를 차지했고, 배선우(24·삼천리)도 이날만 6타를 줄이며 공동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눈길을 끈 선수도 있다. 베테랑 골퍼 윤슬아(32·파인테크닉스)와 외국 선수 천위쥐(22·대만)다.

윤슬아는 이 대회에 앞서 출전한 16차례 대회 중 컷 통과가 단 6차례에 불과했다. 당연히 상금도 2097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 두 번째 대회이자 '힐링 골프장'에서 열린 보그너MBN 여자오픈에서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또 인터내셔널 선수인 천위쥐도 공동 5위에 올라 자신의 KLPGA투어 최고 성적을 일궈냈다. 천위쥐는 지난해 치러진 KLPGA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다. 올 시즌 전반기 3개 대회에 출전해 2차례 컷 통과에 그쳤지만 이날 4타를 줄이는 무서운 뒷심을 선보이며 합계 6언더파 207타로 생애 첫 KLPGA투어 '톱5'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최혜진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KLPGA투어 사상 네 번째이자 14년 만에 '아마-프로 동일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최혜진은 자신의 두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인 보그너MBN 여자오픈 최종일 2타를 줄이는 데 그치며 합계 5언더파 208타 공동 10위에 올라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양평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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