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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오늘만은 必勝…신발끈 다시 조이는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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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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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차와 잔디 등에 적응을 마친 손흥민이 말레이시아전 패배를 딛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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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막했지만 초반 판세는 그리 밝지 못하다. 나란히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남자 축구와 여자 농구가 예선전부터 패배를 당하는 등 벌써부터 삐거덕거리고 있어서다. 믿었던 선수들의 패배라 더욱 뼈아프지만 좌절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아직 금메달 희망이 남아 있는 만큼 예선에서의 패배를 '예방주사'로 삼아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살려야 한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에 1대2로 패하는 '반둥 참사'를 겪었던 김학범 감독과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9시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1승1패(승점 3)인 한국은 골득실보다 승자승을 우선하는 대회 규칙상 조 1위 희망이 사라진 상태로 최종전을 맞이한다. 2위를 두고 뜻하지 않은 '벼랑 끝 승부'를 벌이게 됐다.

당연히 팀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조현우(대구 FC)까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의 주축들까지 포함된 팀이 졸전 끝에 FIFA 랭킹 171위에 불과한 말레이시아에 패했으니 망신도 보통 망신이 아니다. 손흥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은 패배를 조롱하는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의 댓글과 이에 격분한 한국 축구팬들의 대응이 이어지며 난장판이 됐고, 실책성 플레이로 말레이시아의 득점을 허용한 골키퍼 송범근(전북 현대)과 득점 찬스를 놓친 것은 물론, 경기 후 악수에도 응하지 않아 비매너 논란까지 일으킨 황희찬은 끝내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정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승리를 거둔다 해도 2위이기에 향후 일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날짜도 조 1위에 비해 하루 이른 23일에 치러야 하고, 만날 팀들도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지금으로서 유력한 16강 상대는 F조 1위인데 이란 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란히 1승1무(승점 4)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0일 각각 미얀마, 북한과 최종전을 치러 최종 순위를 정하게 된다. A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이란(9승8무13패)과 사우디아라비아(4승7무5패)에 모두 밀리는 한국으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못한 상대들이다. 그나마 U-23팀으로는 이란(4승1무2패)과 사우디아라비아(3승3무)에 전적이 앞선다는 것이 위안이다. 8강전에서는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이 세대에서만은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조우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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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남북 단일팀 북측 선수 로숙영(가운데)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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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채찍을 맞은 대표팀은 일단 '핑계' 대신 '반성'을 앞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수장인 김학범 감독부터 "감독의 판단 착오였다.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했다. 나의 판단이 틀렸다"며 사과했고, 손흥민과 황인범(아산 무궁화) 등 선수들도 "20명 모두가 한배에 탔다. 모두의 잘못"이라며 어느 한 선수가 아닌 팀으로 정상 궤도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도 시차와 그라운드에 적응을 마친 만큼 출전 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금메달은 물론 남북 화합이라는 아름다운 목표까지 노리는 여자 농구 단일팀도 축구대표팀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68점 차 대승을 거뒀던 단일팀은 17일 열린 2차전에서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생각했던 대만에 2점 차 석패를 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

다만 여전히 단일팀 최초의 메달이라는 목표는 그대로다. X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더라도 몽골, 홍콩, 태국 중 한 팀이 될 것으로 보이는 Y조 3위와 8강에서 만나는 만큼 가능성도 여전하다. 비록 대만과의 2차전에서는 3점슛 22개를 시도해 2개만 성공시키는 등 외곽슛 난조가 심했고, 수비 조직력에서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은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이번 상대인 인도도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45위로 강팀이 아니라 충분히 승리가 가능하다.

현직 총리로 처음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일국 북한 체육상 등과 함께 직접 단일팀을 응원할 예정이다.

단일팀을 이끄는 이문규 감독은 "마지막 순간 승리 기회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대만전을 돌아본 뒤 "북한 선수들 기량이 기대 이상이고, 기존 선수들도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두 경기 만에 단일팀 에이스로 거듭난 북측 로숙영 등 단일팀 선수들은 지난 18일 개막식에 참가해 공동 입장을 하는 등 긴장을 풀고 다음 경기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더욱 큰 희망도 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활약 중인 박지수까지 소속팀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단일팀에 합류할 수 있을 전망이라 기대감이 커진다. 박지수가 20일 정규리그를 마치고 자카르타로 온다면 21일 끝나는 조별리그는 뛰기 어려워도 8강전 혹은 4강전부터는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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