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 ‘신스틸러’ 조코위 대통령

바이크 타고 파격 입장…운전자는 ‘스턴트맨’이 대역

빨간 넥타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이 검은 헬멧을 쓰고 큰 바이크를 몰았다. 대형 트럭을 뛰어넘더니 뒷바퀴를 들어올리는 묘기를 펼치며 자카르타 골목을 내달렸다. 유치원 꼬마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양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18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4만여 관중들은 전광판을 통해 지켜본 바이크가 경기장에 실제로 등장하자 큰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바이크는 트랙을 잠시 돌더니 경기장 지하로 들어갔다. 남성이 바이크에서 내려 검은 헬멧을 벗고 귀빈석에 등장하자 관중들의 함성은 배가 됐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조코위)는 그렇게 아시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개회식은 조코위의 높은 인기를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가수들의 공연마다 조코위가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면 탄성이 터졌다.

조코위는 실제 ‘친서민’ 이미지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독립 이후 군부 엘리트 집안에서만 대통령이 배출된 전례를 깨고 2014년 대통령이 됐다. 당선 후 장기간 지연된 인프라 건설 사업을 재개하는 한편 고위층들이 은닉했던 재산들을 거둬들이는 정책 등을 펼쳐 집권 4년차임에도 6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전통시장에 자주 들르고 메탈 음악과 바이크를 좋아하는 소탈한 모습이 이번 개회식에서도 그대로 연출됐다. 다만 개회식 영상 속에 등장하고 경기장 트랙에 섰던 ‘검은 헬멧의 남자’(사진)는 조코위가 아닌 스턴트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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