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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김온아의 자카르타 일기]“모기 장난 아냐” 후발대에 긴급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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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디어 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개회식은 훈련하느라 못 갔지만….

우리가 선발대여서 조금 고생했는데 다른 후발대 대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괜찮다.

일단, 여기 모기가 장난이 아니다. 한국 모기와는 완전 다르다. 인도네시아 모기는 무척 세다. 나는 그래도 덜한 편인데 후배 선수들은 엄청나게 물렸다. 다리에 모기 물린 자리가 크게 부풀어서 흉터로 남을까 걱정될 정도다. 미리 한국에서 뎅기열 등 예방주사 맞고 와서 큰 걱정은 안되지만 모기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훈련장뿐만 아니라 선수촌 숙소에도 모기가 극성이다. 일단, 잘 때 에어컨 온도를 낮춰 모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에어컨 온도를 낮추면 이불이 문제다. 정신력 강화 차원에서 해병대 극기훈련에 가본 적이 있는데, 여기 선수촌에서 나눠준 이불이 해병대 모포보다 못하다.

완전히 고스톱칠 때 바닥에 까는 화투판 수준이다. 베이지색 이불에 보푸라기도 엄청 심해 검정 옷을 입고 자면 아침에 일어날 때 옷에 흰 보풀이 잔뜩 묻는다.

친구들한테 사진 보냈더니 “왜 교도소에 가둬놨냐”고 놀리더라.

우리가 먼저 와서 고생하고 얘기해준 덕분에 다른 대표 선수들은 자카르타로 들어올 때 모기장을 챙겨오고 선수촌에서 쓰는 이불을 다 갖고 왔다고 한다. 조금 뿌듯하다. 우리도 협회에서 새로 덮는 이불을 사주셨다. 어젯밤에 덮고 잤는데 너무 행복했다. 감독님도 잘 주무셨다고.

물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 팀에도 몇 명이 장염에 걸렸다. 다른 나라에도 장염 걸린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절대 생수만 먹고 다른 물은 건드리면 안된다. 양치질도 생수로 한다. 입 헹구는 것만으로도 장염에 걸릴 수 있단다.

대회 초반 남자축구 대표팀과 여자농구 단일팀이 지는 아쉬운 결과가 있었다. 조별리그 때는 전력 차가 나더라도 접해보지 않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런 경기에 실수가 더 많이 나온다. 특히 초반 분위기가 흔들리면 결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인도랑 경기할 때 초반에 실수가 많았다. (송)지은이가 첫 아시안게임 선발 출전이어서 긴장을 많이 하더라. 지은이한테 음료수 건네주면서 괜찮다고, 자신있게 하라고 격려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결국 45-18로 크게 이겼다. 다른 팀도 실수를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김온아 | 여자 핸드볼 대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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