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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핑계 대신 인정…감독도, 선수도 '내 탓이오'…반등 조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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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제공 | 대한축구협회


[반둥=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나의 판단이 틀렸다.” “선수들이 안일했다.”

김학범 23세 이하(U-23)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17일 말레이시아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서 패한 후 핑계를 대지 않았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감독의 판단 착오였다. 로테이션을 너무 일찍 했다. 나의 판단이 틀렸다”라며 패배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했다. 감독 입장에선 실수를 연발해 실점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부진했던 선수들을 지적할 법도 하지만 김 감독은 특정 선수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전체적인 조직의 문제”라며 모든 선수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감독이 경기에서 패했을 때 가장 하기 편한 행동은 선수 핑계를 대는 것이다. 감독이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고 용병술을 보여도 선수가 못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 사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과거 월드컵 예선에서 카타르에 고전한 후 상대 공격수 같은 선수가 우리 팀에 없어 아쉽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댔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큰 벽을 놓는 계기였다. 그 이후로 대표팀에 균열이 생겼고, 결국 슈틸리케 체제는 붕괴됐다. 그와 달리 김 감독은 자신의 판단 착오를 빠르게 인정했고, 패인으로 선수가 아닌 자신을 지목했다.

선수들의 태도도 유사하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이팀 정도야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동료들을 지적했다. 18일 공식훈련 인터뷰 주인공이었던 황인범도 “솔직히 모두 예선 경기가 아닌 토너먼트 경기를 미리 생각하고 내다본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안일했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 방심했던 점을 인정하고 자책한 것이다. 이른 시간부터 수시로 넘어지던 말레이시아 선수들을 탓하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동료를 지적하지도 않았다. 손흥민은 “20명 모두가 한 배에 탔다.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황인범은 “선발 11명만의 잘못은 아니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 대기하던 선수, 총 20명 모두의 잘못”이라고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반등은 자신을 돌아볼 때 만들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패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지금 U-23 대표팀은 다르다. 감독은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했고,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돌아봤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았으니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 된다. U-23 대표팀의 목표는 조별리그 1위나 말레이시아전 승리가 아닌 금메달이다. 말레이시아전 패배는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제 정상궤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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