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새 사령탑 벤투 20일 입국… 내달 7일 코스타리카전서 데뷔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 |
"파주 NFC(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사무실을 따로 하나 만들어 달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면접 자리에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에게 이런 요구를 했다고 한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김 위원장이 이유를 묻자 답은 간단했다.
"매일 바쁘게 일하려면 필요합니다."
김판곤 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의 새 사령탑으로 벤투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일 입국하는 벤투 신임 감독은 1주일 뒤인 27일에 9월 A매치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 내달 7일 고양에서 열릴 코스타리카전이 벤투의 한국 감독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11일엔 남미 강호 칠레와 맞붙는다.
김 위원장은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며 "포르투갈을 이끌고 유로 2012 4강에 오르는 등 주목할 커리어를 가진 벤투가 면접 과정에서 진정성과 명확한 축구 철학을 보여줬다"고 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면접 당시 코치들도 함께 나와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이는 벤투밖에 없었다고 한다.
벤투는 수석 코치 세르지우 코스타(45), 수비 전담 필리페 쿠엘류(38), 골키퍼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35), 피지컬 전담 페드로 페레이라(38)를 면접장에 대동하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그들의 체계적이고 발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돋보였다"며 "각자 파트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머리를 맞대고 결과를 도출, 선수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벤투와 길게는 8년, 짧게는 1~2년 호흡을 맞춘 이들은 모두 20일 벤투와 함께 입국해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활동한다.
벤투는 김 위원장에게 좀 더 세밀한 분석을 위해 훈련장에 드론을 띄워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4년 뒤 월드컵을 대비해 17세부터 연령별 선수들을 빠짐없이 챙겨 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사령탑으로 브라질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이후엔 그리스·중국 클럽 등을 맡으면서 경력이 하락세를 보였다. 그런 그는 "한국에 왜 오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시아 강호 한국을 맡아 월드컵에서 결과를 한번 내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아쉽게도 다른 후보군에게선 이런 진정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협상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팬들이 원한 어느 감독(키케 플로레스)은 우리를 집으로 초대하는 호의를 베풀었다"며 "하지만 그는 '나는 아직 젊고 축구의 중심에 있고 싶다. 특히 4년이 넘게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을 내비쳤다"고 했다.
몇몇 감독은 아시아로 가려면 그에 걸맞은 대가가 있어야 한다며 축구협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연봉을 제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와야 하는 이유가 돈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수는 없었다. 다행히 벤투에게선 한국 감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정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