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입하면 지도책을 선물로 주는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 가격을 낮춘 내비게이션이 잇따라 출시되며 자동차에서 지도책은 사라졌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종이 없는 지도를 담아 들고 다닌다. 평면의 지도는 어느새 생활이 담긴 입체화한 공간정보로 진화해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기반인 공간정보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존의 길 찾기, 거리뷰에서 벗어나 유명 유적지나 여행지, 미술관 등의 간접 체험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주차장에서 주차 공간을 찾아주는 서비스 등에도 활용된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잇는 접점으로서 정보통신기술과 모바일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공간정보 시장 규모는 169조 원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공간정보의 중요성과 가치는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공간정보산업도 2012년 이후 연평균 11%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측량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산업이 치중되어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세하다.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주도할 선도 기업도 부족하다. 해외 진출은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한정돼 있다. 사업 분야도 지형도 제작, 토지등록 및 토지정보 시스템 구축 사업 위주로 제한적이다.
정부는 많은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공간정보 산업의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공간정보 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새로운 먹거리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먼저 공간정보 분야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총 771개의 공간정보 사업에 3,03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마련된 ‘공간정보 연구개발 로드맵’의 중점 추진과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연내 신청해 조속히 사업을 시행하고자 한다. 앞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선진국의 81% 수준인 국내 공간정보 기술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정보 산업을 선도할 우수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공간정보특성화대학원, 특성화전문대학, 특성화고등학교, 공간정보아카데미로 이어지는 교육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제2차 공간정보 인력양성 계획’을 수립해 보다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창의적인 공간정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찾아가는 공간정보 활용 설명회’와 ‘공간정보 활용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했다. 민간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공간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요자 맞춤형 공간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확대 지원 방안도 마련 중이다. 사업 초기부터 완료될 때까지 민간과 정부가 상호 협력하는 ‘공간정보 해외사업 지원체계 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공간정보 입찰정보에 대한 종합적 안내와 함께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설치된 해외진출지원센터의 인력과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 달 12일부터 열리는 ‘스마트국토엑스포’도 우리 기업이 해외 진출 기반을 구축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모바일 혁명과 사물인터넷의 등장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가 생산되고 있다. 이들 정보의 80%는 공간과 연관돼 있다. 공간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부의 창출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공간정보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공간정보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최대 핵심 키워드인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기반 마련에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열어갈 공간정보에 대해 우리의 역량과 지혜, 관심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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