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와대에 불 지르자.”
8·15 폭력집회 예고, 피해 남성 살해 협박도
“법원과 청와대를 불태우겠다.”
13일 서울서부지법이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을 무단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안모(여·25)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하자,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서 이 같은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안씨는 워마드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안씨는 몰래 촬영한 것을 넘어 남성 혐오 사이트에 얼굴을 드러나게 해 심각한 확대 재생산을 일으켰다”며 “안씨가 저지른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줬고, 인터넷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모델 안모(25)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 서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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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 때려죽이자” 워마드 벌집 쑤신 듯
안씨에 대한 1심 선고결과가 속보로 전달되면서 워마드를 중심으로 한 여초 커뮤니티는 이를 ‘여성 인권탄압’으로 규정했다. 피고인 안씨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중형(重刑)을 선고 받았다는 것이다.
한 워마드 회원은 “몰래카메라 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남성이 수두룩한데 (안씨의 실형 선고는) 편파적”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회원은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워마드에만 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글이 100여개 이상 쏟아졌다.
‘보복’을 다짐하는 위협성 게시물도 다수 공유되고 있다. 분노의 과녁은 법원→정부→한국 남성으로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판결을 내린 판사가 ‘1차 타격대상’이 됐다. 일부 워마드 회원은 “남자 판사들 전부 죽여야 남성 위주 판결을 그만둘 것이냐”면서 규탄했지만, 담당 이은희 판사가 여성임이 알려지자 “판사가 대법원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성 대 여성의 대결을 조장하기 위해, 사법부(대법원)가 일부러 여성 판사를 배치했다는 주장이다.
이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도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페미니즘 정부’가 맞느냐는 것이다. 이날 1심 판결을 계기로 워마드에는 “문재인을 탄핵하자”는 글들이 쏟아졌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더니 여성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여성들이 각성하고 있을 때 정부는 퇴보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다.
한국 남성에 대한 전반적인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워마드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살남(殺男·남성 살해)해서 망해가는 한국이 외국 뉴스에 나오도록 만들겠다” “길 가다 마주치는 놈들 중 하나를 잡아 죽이겠다” “남자 한정으로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글들이 공감을 얻고 있다.
◇폭력집회 예고, 피해 남성 살해 협박도
오는 15일 폭력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워마드 회원들은 “앞선 ‘혜화역 시위’가 얼마나 약했으면 징역 10개월이 나오느냐” “이번 판결로 무력이 답이라는 걸 확실히 새겼다” “대법원과 경찰청뿐 아니라 청와대에 불 질러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혜화역 여성집회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몰래카메라)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이 편파수사했다는 취지로 지난 5월 19일 시작된 ‘오프라인’ 행동이다.
워마드 홈페이지 로고. /워마드 홈페이지 |
피해 남성 모델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성 글도 잇따랐다. 한 워마드 회원은 “홍대남(피해자를 지칭),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꼼짝 말고 내가 목 따러 가길 기다리라”고 썼다. 다른 회원들도 “진짜 어떻게든 (피해자)찾아서 인생 조져버리고 싶다” “(피해자)어디 사느냐, 죽여버린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5월 홍익대 회화과 크로키 전공수업에 누드모델로 참여했다가, 쉬는 시간에 피해 남성모델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한 뒤 워마드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휴식공간 문제로 안씨와 남성 모델이 말다툼을 벌였는데, 안씨가 화가 나 ‘몰카’를 찍어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그날 처음 본 사이였다. 논란이 커지자 안씨는 워마드 측에 “내 인터넷주소(IP)와 로그 기록 등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촬영에 썼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한강에 던져버린 뒤, “휴대전화를 평소 두 대 썼는데, 나머지 한 대는 잃어버렸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도 받는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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