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재소환 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가 9일 대질신문을 받는다. 댓글조작 사건이 불거진 이후 첫 대면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과 김 지사를 대질할 필요성이 있다"며 "두 사람 모두 거부하지 않으면 대질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김씨는 오후 2시에 소환될 예정이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 관계라고 결론내렸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면서 책임을 떠밀고 있다. 김 지사가 특히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는지를 두고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두 사람을 직접 불러 앉혀놓고 사실관계를 확안하기로 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드루킹 김씨는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브리핑을 직접 들었고, 고개를 끄덕여 매크로 사용을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지사가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느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해서 '못 보신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는 김 지사로부터 일본 센다이 총영사 직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이 대선·경선 승리에 기여했으니 오사카 총영사직을 달라고 김씨가 요구한 적이 있는데, 오사카 총영사 대신 급이 낮은 센다이 총영사 직을 제안해 경공모 측을 달래려 했다는 것이다.
경공모 주요 회원들도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특검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리' 우모씨나 '솔본아르타' 양모씨 등이 시연회에서 김 지사가 어디에 앉았는지, 어떤 몸짓을 했는지 묘사했는데 진술 내용이 거의 일치했다고 한다. 또 특검팀은 김 지사의 운전기사가 시연회 당일 느릅나무 출판사 근처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기록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경공모가 '산채'로 부르며 출입하던 곳으로, 킹크랩 시연회도 여기서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줄곧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김씨 주장을 부인해왔다. 김 지사는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간 적은 있지만 킹크랩 시연은 본 적이 없고, 킹크랩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1차 조사를 끝내고 7일 새벽 귀가하는 자리에서도 "(특검팀이)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진술이 엇갈린다. 김씨 측은 최근 특검팀에 '김경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1차 소환 때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이날 김 지사는 특검팀에 출석하면서 "충실히 조사에 협조하고 당당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하루속히 경남도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며 "특검에도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특검이 돼주길 마지막으로 당부드린다"고 했다.
취재진이 "전문가들이 많은데 굳이 드루킹에게 (정책) 자문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김 지사는 "여러 분야에 대해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센다이 영사 자리 등을 드루킹 측에 왜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제안한 적 없다"고 했다. "드루킹이 댓글조작을 한다는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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