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USB서 발견… 바둑이 폴더 아래엔 '킹크랩' '대선' 폴더
'네이버기사 선점 결과' 등 댓글 조작 결과 설명하는 문서 있어
특검팀이 확보한 드루킹의 USB 안에는 'KIS'라는 폴더가 있었다. 드루킹이 만든 정치 모임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이니셜이다. 경인선은 지난해 경선과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 그룹이다. 지난해 유세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회원들을 찾아간 동영상도 공개된 바 있다. KIS에는 '바둑이'라는 하위 폴더가 있었다고 한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부른 별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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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바둑이 폴더 안에 있는 '킹크랩 활동내용 보고'라는 폴더를 주목하고 있다.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할 때 사용한 프로그램이다. 이 안에서는 '네이버기사 선점용 결과' '다음기사 굳히기'라는 이름의 이미지 파일이 여러 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점'이나 '굳히기'라는 단어는 댓글 조작으로 댓글 순위를 3등 안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파일에는 특정 기사를 조작한 전과 후의 댓글 순위를 캡처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드루킹 및 댓글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은 특검 조사에서 "킹크랩으로 조작을 해 아래에 있던 댓글을 몇 분 만에 위로 끌어올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고 실제 김 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그동안 "댓글 조작은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 손으로 일일이 '추천'을 눌러 순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프로그램을 사용해 추천 수를 올리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으로 업무방해를 한 사실을 김 지사가 알고 있었거나 지시했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 특검팀은 이번 자료가 김 지사가 사전에 킹크랩을 사용한 댓글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둑이 폴더 안에서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긴 파워포인트 자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선의 조직도와 설립 취지 등을 설명하는 자료도 있었다고 한다. 바둑이 폴더 안에는 '대선'이라는 하위 폴더가 있었는데 '김경수 의원 정치후원금 명단'과 '2017년 대선 경인선 활동백서'가 발견됐다. 특검팀은 바둑이 폴더 안에 이 같은 자료가 있었던 것을 비춰 볼 때 드루킹 측이 김 지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자료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6일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김 지사는 업무방해 혐의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드루킹으로부터 "김 지사가 6월 지방선거도 도와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김 지사에 대한 조사는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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