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FW 대결과 맞먹는 '골키퍼 열전'
'숨은 조연'서 공격 출발점 역할
이적시장 열리면 GK부터 보강
부폰, 모나코전서 존재감 과시
PSG 이적하자마자 우승컵 수집
알리송, 롱킥으로 공격기회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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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에도 우승은 여전히 행복합니다. 또 하나의 트로피를 안겨준 새 동료들은 물론 이 나이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해준 유벤투스 구단에 감사드립니다.”
‘살아있는 전설의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40·파리 생제르맹)은 한껏 감상에 젖은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4일 밤 중국 선전에서 치른 AS모나코와의 프랑스 슈퍼컵 경기에 나서 팀의 4대0 완승에 일조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자마자 공식 데뷔전에서 또 하나의 트로피를 수집한 것이다. 프랑스 슈퍼컵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리그앙) 우승팀과 FA컵(쿠프 드 프랑스) 우승팀의 일전. 정규리그와 FA컵을 PSG가 석권하면서 리그 준우승팀인 모나코가 슈퍼컵에 나섰다. 모나코는 그러나 부폰이 지킨 골문에 유효 슈팅 하나 때리지 못했다. 부폰은 1995년 프로 데뷔 후 26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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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시즌 유럽축구 개막을 앞둔 요즘 골키퍼 포지션이 그 어느 때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골키퍼 부폰은 은퇴를 고민하다 18년간 정든 유벤투스를 떠나 지난달 ‘1+1년’ 계약으로 PSG에 둥지를 틀었다. 약 2주 전에는 잉글랜드 리버풀이 이탈리아 AS로마 소속이던 브라질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26)를 데려갔다. 알리송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골키퍼다. 리버풀은 로마에 이적료로 7,250만유로(약 947억원)나 냈다. 2001년 유벤투스가 부폰을 영입하며 지불한 종전 기록 5,300만유로를 훌쩍 넘어섰다. 알리송의 이적료는 2014브라질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월드컵 직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며 기록한 이적료 7,500만유로와 비슷하다. 골키퍼 몸값이 특급 미드필더나 공격수 몸값과 맞먹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골키퍼가 ‘숨은 조연’이라 불리던 시절은 이미 옛날이다.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는 최후방 수비수이자 공격 작업의 시발점으로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름난 명장들은 이적시장이 열리면 골키퍼 포지션 보강부터 골몰한다. 지난달 끝난 2018러시아월드컵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팬들도 골키퍼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하게 된 대회였다.
알리송의 리버풀 데뷔전은 부폰보다 더 강렬했다. 5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치른 이탈리아 나폴리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 경기 후 알리송이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자 관중 사이에 칭찬 릴레이가 펼쳐졌다. 너도나도 악수를 청하며 믿음직스럽다는 눈길로 한마디씩 건넸고 사인 요청도 빠지지 않았다. 알리송은 팀의 5대0 대승 속에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1대1 위기 때 빠른 판단으로 각도를 좁히는 움직임과 중거리 슈팅 때 몸을 날린 선방도 빛났지만 공격의 출발점으로서의 역할이 더 눈에 띄었다. 왼쪽 측면으로 달려 들어가는 모하메드 살라에게 ‘핀포인트’ 롱킥을 연결,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만드는 등 높은 킥 정확도로 공격 작업에 활기를 더했다. 지난 시즌 막강 화력을 앞세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한 리버풀은 알리송의 안정감을 내세워 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거미손들의 대이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탈리아 칼치오메르카토 등 현지 언론들은 멕시코 대표팀 기예르모 오초아의 나폴리 이적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2014·2018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선보였던 오초아는 현재 벨기에 스탕다르 리에주 소속이다. 스페인 말라가, 프랑스 아작시오 등 빅리그 경험도 있다. 러시아월드컵 골든 글러브(최고 골키퍼상)에 빛나는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잉글랜드 첼시)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적 여부는 막바지로 치닫는 여름 이적시장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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