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갑질’이 아니냐는 비난이 한순간 누그러졌다. 수입차 매장에서 난동을 부린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동정 여론, 수입차 업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다. 스포츠서울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실명을 직접 밝히고 사건을 공론화시킨 90년대 인기그룹 잼 출신 황현민의 용기가 ‘반전’을 이끌어냈다.
지난 1일 MBN ‘뉴스8’이 90년대 인기가수의 갑질을 보도했고, 황현민은 지난 3일 스포츠서울을 통해 이 보도에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소상하게 밝히며 공개 반박했다. 그 사이 ‘갑질’을 한 건 황현민이 아니라 수입차 업체가 아니냐는 방향으로 여론이 뒤바뀌었다.
다음은 날짜별로 정리해본 사건의 추이.
◇1일 MBN ‘뉴스8’에서 ‘90년대 인기가수 A씨의 갑질’ 보도
1일 MBN ‘뉴스8’은 A씨가 수입차 매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상을 보도하며 ‘90년대 인기가수 A씨의 갑질 영상’이라고 보도했다. 영상 속 A씨는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태블릿PC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매장 내 입간판을 발로 걷어찼다.
A씨가 2년 전 구매한 차량에서 2년 동안 세 번의 결함이 발견됐고, 차량에서 결함이 생기자 격분해 매장을 찾아가 항의했다는 설명이 이뤄졌다.
A씨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수입차 매장은 황현민에게 환불해주기로 약속했는데 황현민이 영업사원에게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매장 측이 공개한 음성에서 황현민은 “너희들 때문에 고기도 못 사고 욕먹었으니까 서울에서 제일 좋은 고깃집에서 5근 사서 보내. 1.5cm로 제일 좋은 데로 해서”라고 했다.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영업사원은 “두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욕을 듣는 게. 정말 죽고 싶었다”고 밝혔다.
◇2일 Re.f 이성욱에 ’불똥’, A씨 익명으로 억울함 호소
‘90년대 인기가수’ 등의 키워드는 2일에도 각종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그 사이 이 보도에 나온 인물이 R.E.F 이성욱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이성욱 측은 급기야 “내가 아니다”라는 해명을 해야 했다.
스포츠서울은 2일 오전 A씨가 잼 출신 황현민이라는 사실을 파악했고, 황현민 측과 연락이 닿았다. 황현민 측은 우선 변호사 선임을 하고,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지 방향을 결정한 뒤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스포츠서울은 보강 취재를 하며 사태를 지켜봤다.
이날 오후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황현민은 실명을 공개하는 데 대해서는 부담감을 느꼈다. A씨로 자신을 다뤄달라고 요구한 황현민은 “방송에 나온 영상보다 더 심하게 행동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질타를 받겠다. 화를 다스리지 못했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인정한다. 하지만 욕을 한 건 영업사원이나 일반 직원들에게 했던 게 아니다. 수입차 딜러사 대표 B, 내 사건에 계속 연루가 된 지점장 C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현민은 자신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산 R.E.F 이성욱에게 사과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90년대 인기가수 갑질을 다룬 MBN 보도. 출처 | MBN 캡처 |
◇3일 스포츠서울을 통해 실명·얼굴 공개한 황현민의 ‘용기’, 여론을 뒤집다
황현민은 3일 오전 스포츠서울과 단독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달라는 게 그의 요구였다. “난 25년전 연예인 활동을 했다. 지금 사실상 공개적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릴 이유가 없는 일반인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내가 큰 잘못을 하고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보이길 원치 않는다. R.E.F 이성욱 처럼 나인줄 오해를 사는 선의의 피해자가 더 나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나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소비자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당당하게 밝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황현민이 직접 밝힌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지난 2016년 황현민은 8000만원 대의 SUV 차량을 구입했다. 지난해 12월 한남동의 언덕에서 해당 차량이 처음 멈춰섰다. 황현민은 원래 알던 수입차 딜러업체 대표 B에게 문자를 보내 ‘차가 멈춰섰다’고 항의했는데 “내가 안만듦”이라는 농담 섞인 해명을 들었다. 이후 서비스센터에 보내 엔진을 통째로 갈아야 했지만 서비스 센터의 안일한 대처에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지난 3월 경기도 국도 위에서 다시 차가 멈춰섰다. 황현민은 자신이 차를 샀던 C지점장에게 전화를 했고, 대차 서비스를 잘 받아 그냥 넘어가려 했다. 차량 수리가 완료된 뒤엔 서비스 센터 직원들에게 “이제 믿고 타도 된다”는 확답도 받았다.
이 차는 지난 5월 고속도로 위에서 세번째로 차가 멈춰섰다. 황현민은 장모님, 아내, 아이들과 함께 타고 있었다. 황현민은 수입차 본사와 자신에게 차를 판매했던 딜러사 C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현민이 항의하자 자신들이 렉카를 부를 테니 그걸 타고 휴게소까지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당 차량 딜러사가 보낸 렉카는 황현민의 동의도 받지 않고 황현민의 차량을 공중에 띄워 휴게소까지 강제로 이동시켰다.
황현민은 “내 차가 렉카에 매달려 이동할 때 해당 딜러사 C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차를 내려달라고 했다. 난 동의 한 적이 없다. 차 안에서 온가족이 공포를 느끼던 장면을 동영상으로 갖고 있다. 렉카에서 내려달라고 C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내 말을 무시하고 휴게소를 3군데나 더 지나갔다. 아이는 차에서 울고 장모님은 차 안에서 공포에 질려 쓰러지셨다”고 말했다.
황현민이 수입차 매장에 가서 ‘난동’을 부린 건 차가 세번째 멈춘 다음날이었다. 황현민은 “중대 결함이 3차례나 발생했던 내 차를 수입차 딜러업체는 중고차로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소비자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다. 딜러사 B대표, C지점장은 계속 말이 바뀌었다. 매장에 가서 난동을 부리고, 욕설을 하니 최근에는 합의를 해달라고 합의서를 보내왔더라. 내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기 발언’에 대해서는 “지난달 다시 장모님을 모시고 홍천을 갔다. 장모님이 TV에서 봤다며 ‘소고기는 1.5㎝ 두께가 맛있다’고 하시길래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 가는 길에 딜러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원래 차량 가격을 100% 환불을 받기로 약속 받았지만 해당 딜러사는 다시 말을 바꿔 리스 위약금 2500만원을 지불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순간 화가 났다. 내가 해당 수입차 업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데 더 손해를 보게 돼 화가 났다. 그래서 소고기를 사오라는 발언을 했다. 분명 내 ‘갑질’은 맞다”며 “딜러사 직원들이 고장난 차의 대차를 위해 나를 방문했을 때 고기와 와인을 사왔더라. 받으면 안될 것 같아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난 비용을 지불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냥 선물이라고 두고 가더니 일방적 보도를 통해 ‘갑질’로 몰아갔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의 단독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잼 동료 윤현숙이 황현민의 행동을 공개지지하고 나섰다. 해당 수입차 업체가 원래 AS나 서비스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은 아니었기에 ‘황현민의 행동이 도를 넘긴 했지만 그 이유가 납득이 간다.’ ‘온 가족이 모두 죽을지 모르는 공포를 겪었다면 나라도 그랬을 것’ 등 황현민을 지지하는 여론이 일어났다.
이후 황현민은 “보도가 나간 뒤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 응원과 격려가 많다.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더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황현민은 해당 수입차 업체와 딜러사 대표 B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계획이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황현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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