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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복면 대신 양복 입고 시장님으로 변신한 '괴물 괴슬러'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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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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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 프로레슬링 WWE에서 복면을 쓴 악역 프로레슬러가 미국 작은 도시의 시장님으로 변신했다.

CNN 등 미국 주요언론은 WWE에서 ‘케인’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글렌 제이콥스(51)가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테네시즈 녹스 카운티 시장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전했다.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제이콥스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3분의 2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 후보인 린다 해니를 여유있게 눌렀다. 이에 앞서 제이콥스는 지난 5월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를 재검표 끝에 불과 23표 차로 누르고 후보로 결정된 바 있다.

제이콥스가 시장으로 당선된 녹스 카운티는 인구 4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인구 순위로만 보면 153번째다. 미국 명문대 중 하나인 테네시 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남부 지역의 녹스 카운티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다. 그래서 시장 선거는 후보 경선보다 훨씬 수월했다.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이 미국 지방자치단체 수장에 오른 것은 제이콥스가 두 번째다. 첫 번째 주인공은 1990년 미네소타주 브루클린 파크 시장에 당선된 뒤 1998년 주지사까지 오른 제시 벤추라(67)다. 그 역시 제이콥스와 마찬가지로 현역 시절 악역 레슬러로 유명했다.

제이콥스는 케인이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다. 203cm 147kg의 엄청난 체격을 가지고 있다. 미국 공군 출신 아버지가 주둔했던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농구와 풋볼 선수로 활약했다. 대학에선 영문학을 전공했고 교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선수로서 촉망받던 제이콥스는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당해 더이상 농구를 할 수 없게 되자 프로레슬러의 길로 접어들었다. 큰 체격과 뛰어난 운동능력에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세계 최고의 단체인 WWF(현 WWE)에 스카웃 돼 23년간 활약 중이다. WWE 챔피언 1회, 월드헤비웨이트 챔피언 1회, 인터컨티넨탈 챔피언 2회, 월드 태그팀 챔피언 9회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제이콥스는 가죽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막강한 힘으로 상대 선수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괴물’ 캐릭터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빅 레드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WWE의 최고 스타인 언더테이커와 함께 ‘파괴의 형제’(The Brothers of Destruction)라는 팀으로도 활동했다. 상대의 목을 잡고 들어올려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는 초크슬램은 그의 대표 기술이다.

프로레슬러로 활동하면서 4년 전 녹스 카운티로 이주한 제이콥스는 지역 보험 회사와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교 왕따 대책 캠페인, 아동 병원 자원봉사 활동 등 다양한 선행을 이어온 그는 더 큰 지역 발전을 위해 직접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감세, 인프라 및 행정 투명성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시민들의 마음을 잡았다.

프로레슬러 경력이 오히려 당선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제이콥스는 그런 경력을 적극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선거 몇 주 전까지도 가죽 복면을 쓰고 WWE 링에서 경기를 치렀다. 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쳐 보호대를 차고 선거 운동을 치렀다. 평소 동료들로부터 신망이 높았던 제이콥스를 돕기 위해 릭 플레어, 매트 하디, 대니얼 브라이언 등 동료 유명 프로레슬러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제이콥스가 시장으로 당선되자 미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제이콥스를 인터뷰하는 기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워낙 키가 크다보니 인터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자들은 키를 맞추기 위해 상자 위에 올라간 뒤에야 마이크를 갖다댈 수 있었다.

제이콥스는 지역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선거에서 이긴 이유는 내 주변에 위대한 팀이 있었고 그들이 나를 믿어줬기 때문이다”며 “시민들이 내게 표를 줬고 미래를 함께 하기로 했다.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겸손해지는 마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이콥스는 자신의 프로레슬링 경력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WWE 스타는 단순한 레슬러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엔터테이너다”며 “어떤 사람들이 프로레슬러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내가 그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깬 것 같아 기쁘다”고 강조했다.

제이콥스가 시장이 된 이후에도 WWE에서 프로레슬링 선수로 활동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도 링에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WWE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충분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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