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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홍대 몰카 유포' 女모델, 자필 사과문 보내… "두려움 때문에 늦게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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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홍익대 회화과 수업 도중 남성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모씨가 지난달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홍익대학교 회화 수업에서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찍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모델 안모(25)씨가 최근 홍대 회화과 학생들에게 우편으로 자필 사과문을 보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홍익대 관계자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안씨의 편지가 지난 1일 학교로 왔다. 사과문이 담긴 봉투에는 발신인은 안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수신인은 홍대 회화과 학생들이었다”며 "학과는 안씨가 '학생들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해 학생회 차원에서 재학생들에게 편지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몰카 사진이 올라오자 수업을 들은 홍익대 회화과 학생이 유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동료 모델인 안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씨가 보낸 편지는 지난 2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한 회원은 '홍대 몰카 누드모델 자필편지 내용'이라는 제목으로 사과문 전문이 포함된 사진을 올렸다. 이 회원은 "총 A4 용지 3장 분량의 자필 사과문 형식이고, 학생들에게 전달을 부탁한다는 본문 내용에 따라 (학생들에게) 공지됐다"고 했다. 공개된 편지 하단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안씨의 이름과 작성일자로 추정되는 '2018.07.24'라는 문구가 있다.

조선일보

안씨가 홍대 회화과 재학생들에게 보낸 사과문/에펨코리아 캡처


조선일보

안씨가 홍대 회화과 재학생들에게 보낸 사과문/에펨코리아 캡처


안씨는 편지에서 수신인을 "5월 1일 오후 A관 B호 회화과 학생분들"이라고 밝히며 "비겁했던 죄인이 이제야 사죄의 말을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안씨는 "제가 너무 늦게 자백해 여러분이 무수한 오명과 불편·고통을 겪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사건 당시 홍대 회화과 재학생들이 열흘이 넘게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를 받으며 각종 비난여론에 휩싸였던 것에 사과한 것이다.

이어 "당시 제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제가 범인인 것이 알려지면 에이전시의 다른 모델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을 것 같아 너무 두려웠다"며 "이번 사건이 '홍대 누드모델 몰카'로 불리는 것도 죄송스럽다. 제가 화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서 벌인 범죄인데 뉴스에서는 늘 '홍대'라는 이름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홍대 (관계자와 재학생) 분들이 이를 볼 때마다 참 불편하시고 괴롭겠다 싶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안씨는 "여러분이 겪은 불편과 피해는 제가 돈을 벌어서 어떤 형태로든 갚고 사죄드리겠다. 제가 형사적 처벌을 받는 것으로 여러분이 불편과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숨어서 제가 만든 피해를 외면하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가겠다"고 글을 맺었다.

안씨는 지난 5월 1일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 누드 모델로 일하러 갔다가 휴게공간 이용 문제로 남성 모델 A씨와 다투게 되자 몰래 그의 사진을 찍은 뒤 사진을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안씨 변호인은 지난 6월 중순 열린 사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당초 안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사과문 작성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이었다. 하지만 피해자인 남성 모델 측에서 심리치료 상황 등이 담긴 자료를 제출하고 싶다고 요구해 법원이 선고공판을 이달 13일로 연기했다.

[노우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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