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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지성 이어 성용-자철까지, '30살 은퇴'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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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의 기성용과 구자철이 지난 6월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회복훈련에 참여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성이는 매달 왔다갔다 하는데….”

지난 2009년 내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장거리 비행 어려움을 토로하자 박지성측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즌 도중 A매치 때문에 한국을 오가느라 25시간 비행할 수밖에 없는 박지성의 고달픔을 설명한 셈이다. 2007년 큰 무릎 수술까지 단행한 박지성은 결국 만 30살인 지난 2011년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박지성 측은 잦은 비행으로 인한 무릎 상태 악화도 대표팀 은퇴를 재촉한 이유로 거론했다. 차범근 감독도 그가 대표팀을 조기에 떠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는데, 박지성이 불과 3년 뒤 현역에서 아예 물러난 것을 생각하면 무릎 문제가 심각했던 것 같긴 하다. 외신은 은퇴 직전 ‘박지성이 경기를 뛰고 난 다음 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표현했다.

이제 박지성의 길을 ‘런던 세대’ 기성용과 구자철, 두 유럽파가 이어갈 조짐이다. 둘은 러시아 월드컵 뒤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소속팀에만 전념할 뜻을 전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 1월 아시안컵 이후 기성용과 구자철을 볼 수 없을 지 모른다. 둘 다 1989년생이기 때문에 내년에 만 30세가 된다. 둘 역시 장거리 비행 뒤 쉬지 못하고 대표팀 혹은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따른 무릎 통증 호소를 빼놓지 않았다.

2002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대표팀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유럽에서 장기간 뛰는 선수들이 해내고 있다. 박지성의 바통을 기성용과 구자철이 이어받았고 이제 손흥민이 물려받을 태세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처럼 ‘런던 세대’의 퇴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함께 한국 축구의 중심이 손흥민으로 이동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하지만 만 30살 넘어 대표팀 데뷔를 이루는 선수들도 있고, 선수 수명이 길어지면서 월드컵에 뛰는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이제 막 30대에 들어서는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게 100% 맞는가에 대해선 물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면 어떤 선수들이 ‘소속팀 전념’을 위해 대표팀을 또 떠날 지 모를 일이다.

우선 기성용과 구자철의 마음을 이해한다. 둘은 10대인 2008년부터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또 외국과 다르게 국가대표로 뛰면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도 나섰다. 의학계에선 기내 기압이 낮아 무릎 등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또 국가대표 정도면 비즈니스석을 타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론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 유럽파 선수들은 시차 적응, 날씨 변화, 체력 부담 등을 호소한다. 반면 이들의 유럽 생활이 태극마크와 뗄 수 없다는 점 역시 존재한다. 기성용과 구자철도 결국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아 유럽에서 롱런하고, 큰 돈도 벌었다. 보통의 축구 선수, 평범한 국민 입장에선 누릴 수 없는 혜택 속에서 자신의 축구 인생 꽃을 피운 것이다. 아직도 이들이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은데, 대표 생활 10년 했다고 31살에 내려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를 위해 뛰는 것은 일종의 의무이기도 하다.

결국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새출발하는 지금이 축구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적기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재성 권창훈 이승우 이강인 등의 성장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대표 선수들이 더 늘어날 텐데 이 문제를 흘러가는 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에선 최강 실력을 갖고 있으나 월드컵에 나서면 바닥권이다. 대표팀이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맞지만 이제는 월드컵 본선에서의 대업을 위해 강·약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유럽이나 남미의 국가대표팀도 핵심 선수들이 아시아로 2연속 평가전을 떠나면 소속팀이 1차전만 뛰고 돌아오게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마침 대표팀 감독도 새로 뽑고 있으니, 선수도 납득하고, 코칭스태프도 인정하고, 팬들도 만족하고, 월드컵 성적도 올리기 위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 때가 됐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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