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신 흑인 선수 계란 맞아 눈 부상…인종차별 범죄 극성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야당은 마테오 살비니 장관의 반 난민 정책과 맞물려 인종차별주의자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흑인 육상 선수 데이지 오사큐는 이날 오전 이른 시간 인종차별주의자의 행위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부상했다.
그는 북부의 토리노 시 거리를 걷고 있다가 달리던 차에서 날라온 계란에 얼굴을 맞아 눈 부분을 다쳤다.
오사큐는 "성차별주의나 인종차별주의 같은 논리를 펴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누구라도 갑작스레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고 거리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오사큐는 "(공격한) 그들은 분명 겁쟁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를 둔 그는 다음 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육상선수권대회에 원반던지기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의료진이 설명했다.
경찰은 오사큐가 인종차별적 공격의 피해자인지 여부를 조사했으며 비슷한 공격이 같은 지역에서 백인들을 상대로 발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지역 언론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도 좌파 출신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트윗을 통해 "유색 인종에 대한 공격은 이제 긴급 상황이 됐다"며 "이건 명백한 인종차별주의자의 공격이고 그 누구도, 설혹 정부 관리라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살비니 장관은 오사큐 사건을 둘러싸고 여론이 떠들썩해지자 "이탈리아에 인종차별주의 긴급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멍청한 주장 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규탄 시위 [EPA=연합뉴스] |
그러면서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인 좌파 정부는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반 난민, 반(反)이슬람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한 이탈리아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이다.
지난달 연정 참여 이후 강력한 반 난민 정책을 펴고 있다.
난민들이 주로 기항하고 난민 구조 선박이 이용하는 이탈리아 주요 항구를 봉쇄했고 정부에 더 강력한 반 난민 정책을 펴도록 촉구하고 있다.
살비니 장관의 이런 발언에 좌파는 분노를 표출했다.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민주당 대표 대행은 "폭력 행위가 이탈리아 전역에서 몇 배로 증가하고 있지만 살비니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과 가톨릭 교회들은 그의 막무가내식 반 난민 정책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 여러 나라 출신 이탈리아 이주자 최소 8명이 지난 6월 이후 인종차별주의자 소행으로 보이는 공기총 공격을 받았다.
로마의 한 거리에서 한 어린이가 아주 작은 공기총알에 맞아 평생 불구자로 살수도 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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