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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첫 주연, 첫 멜로…정말 행복했었구나" 진기주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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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첫 주연, 첫 멜로…정말 행복했었구나" 진기주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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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진기주는 올해 두 편의 드라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3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는 주인공 고혜란(김남주 분)의 앵커 자리를 욕망하는 후배 기자 한지원 역으로, 지난 19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는 어린 시절 유명배우인 어머니를 자신이 사랑하는 채도진(장기용 분 / 어린 시절 이름 윤나무)의 아버지이자 살인마 윤희재(허준호 분)에게 잃게 되는 한재이(어린 시절 이름 길낙원)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미스티'에서 김남주의 후배로 활약하며 주목받았지만 '이리와 안아줘'로 생애 첫 지상파 주연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대중의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진기주와 장기용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리와 안아줘'는 한때 지상파 3사 중 최약체 드라마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진기주는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애니까 당연했다"고 의연했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캐스팅이 된 후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낙원이가 억지로 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최약체로 꼽혔던 '이리와 안아줘'는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막을 내릴 수 있었고,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맨스 스릴러라는 다른 결의 장르, 탄탄한 시나리오 등이 선전 요인이었지만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한재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 오롯이 그 감정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 몰입했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지원, 그리고 한재이로 살았던 진기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이리와 안아줘' 종영 소감은.
A. 종방연이 끝나고 집에서 잠만 잤는데 시간이 3일이나 지나 있었더라. 토, 일, 월요일이 하루 같았다. 이제 드라마가 끝난지 겨우 하루, 이틀 정도 밖에 안 지난 느낌이다. 아직 실감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통 다음 작품이 있으면 금방 잘 벗어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바로 다음 작품이 없다 보니까 여운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Q. 첫 주연작이었다. 최준배 감독이 주연 경험이 없었던 진기주를 한재이 역할에 캐스팅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감독님이 오디션이 끝나고 캐스팅을 결정하시고 처음 하신 말씀이 낙원이의 기본 성향이 밝다 보니까 밝은 느낌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으셨다고 하더라. 낙원이는 큰 상처가 있지만 밝은 기운이 강한 아이이기도 했다. 감독님과 4부 리딩까지 함께 했었는데 2부까지는 아역 분량이 많았다. 아역 분량과 같이 봤을 때 느낌이 좋았다고도 하셨다.

Q. 전작 '미스티'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미스티'와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는 변화가 어렵진 않았나.
A. 감독님과 '이리와 안아줘' 오디션을 봤을 때가 '미스티'가 끝나갈 때 쯤이었다. 감독님도 '미스티'를 보셨다면서 제 실제 모습을 보고 "'미스티'와 다르네?"라고 하시더라. (웃음)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이 내가 낙원이가 되는 걸로 하자고 하시고는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낙원이가 억지로 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범죄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의 감정을 소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4부 리딩을 오디션으로 진행했을 당시 감독님께 낙원이의 감정이나 트라우마 등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이후 저를 선택해주시면서 '기주씨가 모르겠다고 했던 부분을 함께 연구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낙원이의 감정을 진짜 느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진짜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그러다 대본을 읽는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매직 아이처럼 특정 글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옆집에 하필이면 연쇄살인마가 살아서'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 글씨만 보였다. 주변이 다 포커스 아웃 된 느낌이었고 그 문장만 또렷해졌고 정신이 멍해졌다. '이거겠구나' 싶었다. '아무 생각이 안 들고 소리가 들리지 않고 갇혀 버리는 상태이겠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납득이 됐고 '저 찾은 것 같아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때부터 리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느낌을 알고부터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낙원이가 '미주신경성 실신' 때문에 쓰러지게 되는데 그때 신체 반응이 어떤지 호흡이 어떻게 바뀌는지 다 찾아보면서 느낌을 찾아갔다. 돌이켜 보니 중, 고등학교 때 피를 보면 쓰러지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 대한 기억도 따올려보기도 했다. 실제 사례를 직접 보긴 했던 것이라 트라우마를 겪는 낙원이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오진 않았던 것 같다.

Q. '이리와 안아줘'를 촬영하며 감정 소모가 컸을 것 같은데.
A.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신이나 감정신을 소화하고 나면 배가 상당히 고팠다. 기력이 다 없어지는 기분이랄까. 낙원이는 그렇게 깊은 상처가 있는데도 씩씩해야 했다. 나무 앞에서 울더라도 자기가 느끼는 고통을 온전히 다 드러낼 수 없었다. 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의 장면에서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터진 적이 있었다. 그건 낙원이의 감정이 아니라 거기에 공감한 내 감정이 섞여 있었던 거다. 그걸 덜어내야 했다. 낙원이의 그런 감정들도 나이대마다 다른 것이라고 봤다. 스무살 때는 이 친구가 상처를 컨트롤을 못했을 것 같더라. 자기 나름대로 감추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봤을 땐 울고 있다는 게 느껴질 것 같았다. 스물 다섯 살 때는 오디션에 수없이 떨어져봤을 테니 그 사이 조금은 생활력이 강해지지 않았을까, 당돌함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 스물 여덟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덤덤해야 하는 때인데 연기하는 입장에선 그 감정이 덤덤하게 느껴지지 않아 힘들었다.

Q. 멜로 연기는 어땠나.
A. 어려웠다. 멜로라는 느낌의 로맨스를 처음 해봤다. 시선 같은 것도 멜로만의 시선이 있고 제스처도 다르더라. 그런 건 감독님이 잡아주시기도 했다. 어느 정도 느낌을 잡고나서부터는 알아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멜로도 많은 매력이 있었다. 잔잔한 결의 매력을 느꼈다.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배우로서 장기용은 어땠나.
A. 열린 마인드가 있다. 낙원이의 입장에서, '나무가 이렇게 해주면 낙원이의 마음이 이렇게 나와, 이런 마음을 느껴'라고 얘기하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주는 친구였다. 감독님의 설명도 귀와 마음을 열고 듣더라. 작업할 때 '내 생각은 이렇다'고 주장만 하는 분들 보다는 얘기와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고 했던 좋은 배우였다.

Q. 장기용과의 멜로 호흡이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A. 기용씨도 처음이라 서로 열심히 익숙해져보자 하면서, 으샤으샤 하면서 했다. 그래서 뭔가 더 풋풋한 느낌도 났던 것 같다. 둘 다 어느 정도 캐릭터에 몰입이 됐을 땐 애틋한 느낌도 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나무에게 홀릭해주셔서 내심 너무 뿌듯했다. '나무가 사랑을 받는구나' 싶었다. (웃음)

Q. 멜로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
A. 예쁜 장면이 너무나 많았다. 처음에 만났을 때, 경찰복을 입고 있는 나무를 맞닥뜨렸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로 인해 나무와 낙원이의 이야기가 시작이 돼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또 둘이 서로 '채도진씨, 한재이씨'라고 부르다가 어느 순간 '나무야, 낙원아'라고 부르게 된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낙원이를 나무가 안아줬을 때, 12년 전에 느꼈던 그 체온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나무야'라고 입 밖으로 이름이 나왔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이리와 안아줘' 첫 방송 전에는 파격 캐스팅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았다.
A. 처음에는 아무래도 저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저로서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너무 예쁘고 좋아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더라. 그분들 입장에서 저는 처음 보는 애니까 당연했다. 이 이야기는 정말 많은 분들이 보셔야 하는데 싶었는데 드라마가 시작이 되고부터는 동료 분들이나 주위 분들이 너네 드라마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Q.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은 어떻게 느꼈나.
A. 나를 중심으로 각 신마다 만나는 상대 배우들이 있다. 실제 나는 낯을 꽤 가리는 편이고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주연이 되고부터는 그러면 안 되겠더라. 나와 촬영하는 배우들을 풀어줘야 같이 작품에 흡수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어렵지만 선배님들께 먼저 다가가서 '식사하셨냐'고도 여쭙고 그랬다. 먼저 가서 말을 붙이고 하는 그런 노력들은 예전과 달랐다. 예전엔 내가 그 배려를 받았었다.

Q. 시청률이 1위로 올랐을 때 분위기는 어땠나.
A. 그 말 듣고 흐뭇해 하면서 촬영했다. (웃음)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모두가 우리 얘기가 재미있으니까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걸 즐거워 하는 분위기였다. 드라마의 이야기와 모든 캐릭터들의 마무리가 너무 훌륭해서 작가님께 감사하다. 열심히 만들었던 그 진심 만큼은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현장에서 대본이 나올 때마다 정말 열심히 했고 다같이 열심히 참여했다.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2018.7.24.서울 삼청동 카페.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배우 진기주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방송 직후 SNS에 남긴 종영 소감에서 낙원이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했는데.
A. 어느날 촬영이 다 끝나고 자려고 누웠는데 뜬금없이 든 생각이었다. '그 힘든 것도 다 견디면서 씩씩하게 사는 낙원이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뜬금 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정말 본받을 만한 친구구나 싶었다. 드라마가 아무래도 나무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부분이 많다 보니 낙원이의 이야기가 압축적인 부분이 있었다.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음에도 그 친구는 캐릭터 중에서도 제일 단단한 캐릭터였다. 살인마의 표적이 되니까 행동 반경이 작을 수밖에 없고 조심해야 하니까 소극적일 수도 있는데 실제 내적으로는 단단한 친구였다. 평소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사소한 고민들도 많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낙원이에게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었던 것 같다. (웃음)

Q. '이리와 안아줘'는 진기주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A. 내게 엄청 많은 숙제를 남겨주기도 했는데 많은 걸 배우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다음 연기를 어서 빨리 하고 싶게 만드는 에너지를 주기도 했다. 이 작품이 끝나고 '너무 힘들어, 빨리 쉬고 싶어'가 아니라 벌써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채워줬다. 보통은 힘들어서 쉬고 싶어 해야 하는데 '완충'이 돼서 끝난 상황이다. 100% 에너지가 충전돼서 나왔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내가 행복했었구나 싶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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