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노회찬측에 불법자금 전달 판단"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아보카' 도 모 변호사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17일 박상융 특별검사보(53·사법연수원 19기)는 기자간담회에서 "도 변호사가 심적으로 불안감을 느꼈고 혐의 사실 중에 증거 위조가 포함됐기 때문에 긴급체포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특정 정치인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정치자금을 전달·교부한 혐의, 수사 과정에서 혐의 부인 내용을 담은 위조 증거를 제출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 도 변호사를 소환 조사한 뒤 18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최측근으로,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께 드루킹 등과 공모해 노 원내대표 측에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위조 증거를 제출한 혐의가 있다.

앞서 드루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노 원내대표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경찰·검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드루킹 측이 현금 5000만원을 인출했지만 노 원내대표 측에 전달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노 원내대표에게 돈을 전달하지 못해 반환받은 것처럼 꾸미려고 4000만여 원의 돈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측에 위장 입금했고 그 과정에 도 변호사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특검보는 "당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위조된 서류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다시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조사해야 하지만 도 변호사가 (노 원내대표와 만남을) 주선해주고 (금품을) 전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는 정치인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노 원내대표 등 정치권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노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드루킹을 잘 알지 못하고 정치자금을 받은 일도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의 보좌관을 지낸 한주형 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팀은 오전 9시 한씨의 경기도 자택과 차량에서 보좌관 재직 당시 업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김 지사에 대한 수사도 예상보다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에 따르면 한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경찰 조사 당시 지난해 9월께 경공모 회계 담당자 '성원' 김 모씨에게 5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드루킹이 구속된 다음날 돈을 다시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 한씨는 돈을 받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이달 생활비가 부족하니 아껴 쓰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드루킹에게 잘못 보냈다"며 김씨가 건넨 돈을 거절하려 했지만, 곧 갚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날 압수물 등을 분석한 뒤 조만간 한씨를 불러 금품을 받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추궁할 예정이다. 또 특검은 한씨가 2017년 초 경공모가 운영하는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해 댓글 자동 조작 시스템인 '킹크랩'을 시연하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특검팀은 '드루킹 창고'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지난 16일 노트북PC, 태블릿PC 등 압수물 49점을 확보했고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발견된 휴대폰·유심카드와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과 관련성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 그는 "킹크랩 작동에 쓰였다고 볼 만한 휴대폰을 특정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팀은 이날 드루킹과 '서유기' 박 모씨를 불러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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