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6·토트넘)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 시기가 아직도 미정이다.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소속팀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늦어도 너무 늦다. 협회의 소극적 대응이 불러온 손흥민의 ‘대표팀 합류 시기 미정’은 황의조(26·감바 오사카)의 와일드카드 선발이라는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김학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은 16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설 20인의 최종엔트리를 발표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김민재(전북 현대) 등 23세 이하 선수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손흥민,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 공격수 황의조(26·감바 오사카) 등 3명의 와일드카드(연령 제한 없음) 선수도 공개했다.
대표팀은 오는 31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이어 8월9일 국내에서 이라크 U-23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비한 최종 평가전을 치른 후 10일 ‘약속의 땅’ 자카르타로 출국한다.
그런데 손흥민 포함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 시기가 아직도 결정 나지 않았다. 현재 20인 최종 엔트리 체제의 김학범호에는 손흥민을 필두로 황희찬 이승우 김정민(리퍼링FC) 황의조까지 총 5명이다. 이 가운데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황의조를 제외한 4명의 선수는 대표팀 합류 시기가 미정이다.
대회 개막까지 1개월도 남지 않았고, 대표팀 소집 훈련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현시점까지 손흥민, 황희찬 등의 합류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협회의 협상이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합류는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2월부터 추진한 사안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가 있었지만, 협회 측에서는 아시안게임까지 고려해 다각도로 협상을 추진했어야 한다. 적어도 명단 발표 전까지는 마무리를 지었어야 한다. 실제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여자 축구대표팀의 지소연 역시 8강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명단 발표와 함께 공개했다.
이와 같은 합류 시기 미정은 황의조 선발이라는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 3장 중 1장을 공격수 황의조로 선택했다. 황의조는 최근 물오른 골감각을 선보이며 J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황의조를 선발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학범 감독의 말처럼 공격수 가운데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학범 감독은 누구보다 황의조 활용법을 잘 알고, 이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가 있는데, 와일드 카드 3장 중 2장을 공격수에 사용해야 했느냐이다. 와일드카드는 보통 대표팀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선발한다. 이번 대회는 공격진에 손흥민, 골키퍼에 조현우를 선발하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그렇다면 이번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비진 보강에 초점을 두고 마지막 남은 와일드카드 1장을 소비해야 했다. 하지만 손흥민, 황희찬의 합류 시기를 결정짓지 못하면서, 김학범 감독은 공격진 공백이라는 고민에 빠졌고, 이에 "나상호 혼자 조별리그를 뛰어야 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황의조를 선발한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김학범호는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애초 측면 수비수 보강이 절실했지만, 와일드카드 선발 후보군 자체가 없었다. 이에 김학범 감독은 3-5-2 포메이션으로 전술 및 전략을 수정했다.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면서 측면에 대한 걱정은 지웠지만, 다시 중앙 수비수 공백이 발생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날 공개한 3-5-2 포메이션의 수비진 구성을 살펴보면, 스리백 중앙에는 김민재가 독보적으로 포진한다. 이어 왼쪽에는 황현수(FC서울)와 정태욱(제주)이 경쟁한다. 오른쪽에는 조유민(수원FC)과 김건웅(울산)을 배치했다.
문제는 오른쪽이다. 조유민과 김건웅은 중앙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주포지션은 중앙미드필더이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김건웅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할 때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조유민 역시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고, 스스로 “공격 쪽에 포진했을 때 가장 편하게 플레이한다”고 설명했을 정도이다. 특히 김건웅은 올 시즌 K리그1 1경기, R리그 4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만큼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두 선수가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김학범 감독은 스리백 오른쪽을 보강할 수 있는 중앙 수비수 선발을 고려했어야 했다. 권경원(톈진) 정승현(사간도스) 등 와일드카드 선발 자원도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 황희찬 대표팀 합류 시기 미정이 발목을 잡으면서 수비진 보강보다 더 시급한 공격수로 눈을 돌렸고, 감바 오사카 측에서 차출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황의조를 선발하게 된 것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토너먼트부터 합류해 대표팀에 가세한다면, 황의조는 최전방 공격수 백업 및 로테이션 역할을 맡게 된다. 와일드카드 선발 선수가 백업을 맡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손흥민 황희찬 합류 시기 결정에 적극적으로 협상하지 못한 협회가 야기한 나비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포츠월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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