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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장 움직임… “미디어업계 경쟁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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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장발의에 비판 목소리

케이블-IPTV 등 특정회사 점유율, 33.3% 못넘게 묶어… 6월 일몰

美선 AT&T 등 미디어융합 추세… 국내선 1위업체 견제하려 족쇄

“규제 부활보다 부작용 보완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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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에서는 2위 통신사 AT&T가 영화·언론·음반사를 거느린 타임워너를 인수합병(M&A)하는 ‘수직결합’이 승인됐다.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나서 미디어 빅뱅의 물꼬를 터줬다. 이를 계기로 버라이즌(통신사 1위), 컴캐스트(케이블TV 1위) 등도 각각 M&A 대상을 물색하며 방송·통신 융합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넷플릭스, 구글 등 신흥 인터넷 미디어와 방송·통신 기반의 전통 미디어 간 샅바싸움으로 글로벌 미디어 지형이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은 되레 기업의 자발적 구조 개편을 막는 규제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달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연장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3년 전 도입 당시 벌어진 공방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을 아우르는 특정 회사의 전체 시장점유율이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해 미디어 간 ‘수평결합’을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법이다. 도입 취지는 공정 경쟁과 여론 독점 방지였지만 실상은 1등 사업자 견제가 목적이었다. KT가 IPTV와 위성방송을 합친 점유율이 30%에 육박하자 케이블TV 업계와 IPTV 2, 3위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규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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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대 사업자의 출현이 방송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됐다.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로 다양해졌고, 미디어 경쟁 역시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플랫폼사업자끼리의 ‘우물 안 경쟁’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된 것. 국내 상륙을 앞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 넷플릭스의 월 매출(1조 원)은 국내 방송산업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해외 미디어 공룡들에게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M&A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미디어정책 관련 주무 부처에서도 이를 시인하는 분위기다. “미디어 시장을 가입자 수 기준으로 사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불공정 경쟁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사후규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회는 미디어 융복합 시대와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케이블과 IPTV를 따로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과 IPTV법을 합친 통합방송법이 발의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글로벌 OTT 업체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

케이블TV 업계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보다 눈앞의 밥그릇 싸움에 연연하는 모습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OTT 성장이 두드러지지만 아직 유료방송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여서 규제 강화를 통한 독점 방지가 더 중요하다 고 밝혔다.

합산규제 명분이 약해지면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두 회사는 각각 케이블TV 인수를 시도했거나 추진 중인 상황이라 M&A 걸림돌이 될지 모를 합산규제에 앞장서기가 껄끄러워진 것이다. 3년째 점유율이 제자리걸음하는 케이블TV 업계와 달리 IPTV 업계는 성장세인 점도 ‘반(反)KT 전선’의 분열을 가져온 배경이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합산규제를 부활시키기보다 콘텐츠제공사업자(PP)의 협상력 약화 등 부작용을 막을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플랫폼사업자들은 콘텐츠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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