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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명지전문대 미투 그후…징계위는 멈췄고 학생들은 아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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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첫 실습연극
배우도 관객도 ‘울고 웃고’
경찰 미투 수사로 징계위는 중단
학생들 “문제 교수, 방학 끝나고 돌아올까 봐 불안”

지난달 17일 오후 7시30분 명지전문대 본관 9층 연극영상학과 스튜디오. 3학년 학생들의 실습연극 ‘뇌우(雷雨)’가 공연됐다. 지난 3월 터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혼란스러웠지만, 학생들은 마음을 다잡고 두 달가량 연습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꽃다발을 든 한 학부모는 눈시울을 붉히며 ‘잘했어, 내 딸’이라고 격려했다. 공연장 입구에 붙은 배우들의 응원메시지 종이에는 ‘고생 많았다’, ‘한층 더 성장하길’ 등이 글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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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3학년 학생들의 실습연극 ‘뇌우’가 공연됐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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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남자 교수진 전원(4명)과 학생을 성희롱하고 교수진의 성폭력을 방조한 조교(1명) 등 교수진 5명의 미투 사건을 기사로 다뤘다. 학교 내 강의실을 밀실(密室)처럼 개조해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요구한 학과장 출신 박모 교수 등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사태가 커지자, 교육부는 명지전문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고, 18일 교육부는 “조사결과, 해당 교수와 조교의 성 비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 측에 교수 5명에 대해 최고 파면 등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고, 해당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내사(內査)를 진행 중이다.

사건이 공론화된 지 4개월, 명지전문대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3월 시작된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고, 해당 교수들의 징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연극영상학과 교수 소개 페이지에는 논란이 됐던 교수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흡연구역, ‘스톱(STOP)’, ‘위험구역’ 등 표지판들이 붙어있던 박모 교수의 연구실(807호) 문은 깨끗하게 청소가 돼 있었다.

연극영상학과 재학생 A씨는 “학교 측에서 문제가 된 교수에 대해 3월 초 발빠르게 직위해제를 했다”며 “다만 문제가 된 교수들이 수업에 참여하진 않지만, 교원 신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학교를 떠난 것도 아니라서 외줄을 타는 것처럼 불편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수업은 외부 강사진이 투입돼 휴강 사태는 면한 상태였다. 현재 명지전문대는 연극영상학과에서 연극연출 전공 학생들을 가르칠 전임교원을 선발하고 있다.

정순례 명지전문대 교무처장은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징계위가 멈춰 있는 상태”라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공문으로 받은 뒤, 징계위를 재개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지난 3월 흡연구역, 스톱, 위험물 등의 표지판이 붙어 논란이 됐던 박모 교수의 연구실 문(왼쪽)과 지난달 16일 찾은 박 교수 연구실 문(오른쪽)의 모습.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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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현재 명지전문대 미투 사건은 서대문경찰서에서 내사(內査)가 진행 중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미투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처벌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 측과 일부 학생들을 만나 수사 협조를 조심스럽게 요청해둔 상태, 소환 조사 등 수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부 명지전문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는 경찰과 학교 측의 대처가 안일해 실망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명지전문대 한 교수는 “교육부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고발까지 했는데,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학교 측의 징계위가 늦어지는 점은 이상하게 생각된다”며 “방학에 들어가면서 이슈가 조용해질 것 같은데, 방학 기간이라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학교 측에서 빠르게 해당 교수들의 직위해제를 결정한 만큼, 현재 상황에 만족한다”는 학생의 의견도 있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학생회 관계자는 “문제가 된 교수진들의 학생 간의 접촉은 없는 상태”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학교 측을 믿고 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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