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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 창업시장에 부는 '미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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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24)

평상시엔 고공낙하, 번지점프와 같은 모험을 즐기지만 회사 책상에 앉으면 얌전한 양 한 마리가 되는 창업가 A 씨.

창업가는 수많은 불확실성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위험에 대한 보상을 바라기보다 위험 그 자체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무모하지 않다. 위험을 감수하는 동시에 위험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주비행 조종사가 목숨을 걸고 위험에 도전하지만, 동시에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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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선 발사 이전과 이후 돌발 상황에서 위험을 어떻게 줄이려고 노력하는지 영화 ‘아폴로13호’에 잘 묘사돼 있다. (실제 이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진 영화 ‘아폴로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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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가 자신이 떠올린 멋진 사업 아이디어에 흥분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은 걱정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런 시선쯤은 대수롭지 않게 간단히 무시해 버릴 수 있겠다. 하지만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잠재적 동업자, 잠재적 투자자, 심지어 잠재적 고객의 시선일 때는 이야기가 너무 달라진다.

잠재적 동업자가 앞으로 수년간 라면만 먹고 버티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다고 여겨야 한다. 투자자로 하여금 스타트업이라는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창업가에 투자해도 허망하게 돈을 날릴 일은 없겠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고객에겐 이름도 없는 무명의 기업이 만든 제품을 신뢰하고 써 보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호에 언급한 비즈니스모델 구성 요소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위험한지 파악하고 이를 낮출 수 있는 방안과 가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은 세상에 없는 엄청난 것을 내놓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하고 개선해 세상에 내놓는 것이 처음 해보는 창업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페이스북도 마이스페이스나 싸이월드와 같은 시장성이 증명된 제품에 혁신을 지속적으로 덧칠한 것임을 상기하면 된다. 이를 기술·비즈니스모델의 탈취와는 다른 ‘점진적 혁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기업 세계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미투전략’으로 혁신하는 중국 스타트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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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차이나와 디디추싱의 합병. [사진 김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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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세계에서 ‘미투(Me too) 전략’은(기업 경영에서 미투전략은 카피전략을 지칭하는 보편적 용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사실상 미투전략에서 시작됐다.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을 시장 현실에 맞게 개선한 것이다.

처음 창업하는 기업가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따라 해봄으로써 본인의 역량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어떤 아이디어가 유효하며, 개선이 필요한 건 무엇인지 등을 알아내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을 따라 해 봄으로써 시장과 고객의 관점에서 사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무엇이 통하고 있고, 어떤 개선점을 고객이 필요로 하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 호평받을 수 있는 개선점을 발견하게 되면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것보다 투자 유치도 훨씬 손쉽게 끌어낼 수 있다. A 시장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모델이 B 시장에 없고, B 시장이 자국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허 전략을 펴고 있다면 미투전략은 폭발적 성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타인의 권리를 불공정하게 뺏음으로써 취하는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말이다.

‘미투 창업’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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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창업에 성공하려면 기존의 성공한 비즈니스모델로부터 무엇을 익히고 개선해야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해 봐야 한다. [사진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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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조건 남의 것을 따라 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남보다 더 엄격한 운영원칙을 갖춰야 하며, 치밀한 전략적 시장접근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미투 창업’은 해당 사업 분야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기존의 성공한 비즈니스모델로부터 무엇을 익히고, 개선해야 원하는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해 봐야 한다. 또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는 자원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고성장·고위험의 창업 형태이지만, 무작정 위험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버틴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하고 검증해야 한다. 창업가는 위험에 맞설 용기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상황을 이해해 위험을 낮추고 이를 개선할 혁신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최고의 위험은 ‘그 사업을 해야 하는 명확한 개인적 명분도 없고, 심지어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명분도 없고, 광고나 잘 만들어 고객이 사게끔 하는 것을 우리는 사기꾼이라 부른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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