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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갑질에 통렬한 한 방... 더 강렬한 야성으로 돌아온 자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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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10집 '자우림' 발매... "혼성밴드라 더 잘하고 싶어"

22일 5년 만에 10집 ‘자우림’ 내놔

“닥치는대로 날리는 발짓” 가사로

갑질 파문에 통렬한 한방 날리기도
한국일보

지난해 활동 20년을 꽉 채운 록밴드 자우림의 멤버인 김진만(왼쪽부터)과 김윤아, 이선규는 “이제 소리를 알아가 부끄럽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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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 록밴드 자우림(紫雨林)은 특이한 이름처럼 국내 대중 음악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1997년 여성 음악인 김윤아를 앞세워 세상에 나온 밴드는 지난해, 만 스무 살이 됐다. 해체와 멤버 교체 없이 20년 넘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혼성 록밴드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남성이 주류를 이뤘던 록 음악 시장에서 여성이 창작의 중심에 서 팀을 이끈 사례도 드물지만, 주주클럽처럼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혼성 록밴드도 10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아는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계속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이 특히 대중 음악 쪽에선 그리 많지 않잖아요. 사회적으로도 그렇죠. 여성과 남성은 연봉에서 차이가 나고 그러다 가정이 생기면 적게 버는 사람, 즉 여성이 일을 포기하니까요.”

포효와 아련함의 공존 ‘자우림’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자우림이 22일 10집 ‘자우림’을 낸다. 2013년 9집 ‘굿바이, 그리프’를 낸 뒤 5년 만의 새 앨범 발매다. 신작엔 자우림 특유의 야성과 아련함이 공존한다. ‘아는 아이’에서 흥겨운 록 사운드를 선보인 자우림은 또 다른 수록 곡 ‘있지’에서 깨질 듯 아린 서정으로 반전을 준다.

‘광견시대’는 자우림판 사회비판의 결정타다. 김윤아는 곡에서 “닥치는 대로 날리는 손찌검” “닥치는 대로 날리는 발짓”이라고 포효한다. ‘갑질 파문’으로 연일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재벌가를 향한 일갈이다. “뉴스가 영감의 원천”이라는 김윤아가 노랫말을 썼다. 베이시스트인 김진만은 “분노로 가득 찬 세상이지만 사회적 강자들이 약자에 터트리는 분노는 느낌이 다르다”며 곡을 만든 계기를 우회적으로 들려줬다. 김윤아는 새 앨범 타이틀곡인 ‘영원히 영원히’에서 여린 목소리로 존재의 영원을 간절히 꿈꾼다. 그는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이 주위에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곡을 쓰게 됐다고 했다.

“전직할 생각”도… 자우림의 역경

자우림은 새 앨범 제목에 밴드의 이름을 오롯이 실었다. 활동 20년을 넘어 이 이름을 싣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4인조였던 자우림은 지난해 6월부터 3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드러머인 구태훈이 개인 사업을 이유로 팀 활동을 중단해서다. 2001년엔 벼랑 끝에 서기도 했다. 8집 ‘음모론’ 발매 직전 김윤아가 안면근육마비로 병원 신세를 져 자우림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기타리스트인 이선규는 “그때가 자우림 마지막 앨범인 줄 알았다”고 했다. 김윤아가 “전직을 생각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무너진 시기였다. 김윤아는 2016년까지도 늪에 빠져 있었다. 김윤아는 “솔로 앨범 ‘타인의 고통’을 만들 때 오랫동안 날 짓눌러 왔던 자기비하가 극에 달했었다”며 “이번 자우림 앨범을 동료들과 준비하면서 신기하게도 그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헤이헤이헤이’로 청순함을 뽐냈던 김윤아는 이선규와 김진만을 아직도 “형님”이라 부르며 격의 없이 지낸다.

‘일탈’ ‘매직 카펫 라이드’ ‘하하하쏭’ 등 여러 히트곡을 낸 자우림은 이번 앨범이 “100년 뒤 우리를 대표할 앨범”이라고 자신했다. 야심 찬 신작을 들고 온 자우림은 다음 달 7~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 ‘자우림, 청춘예찬’을 연다. 김윤아는 “요즘 앨범을 내지 않는 분도 있지만 2~3곡만 싱글로 내면 ‘나머지 얘기는 어디다 써야 하지’란 걱정이 들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20년 동안 시들지 않은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의 생명력은 마르지 않을 듯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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