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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정대균 기자가 만난 사람] 박상현 "라운드 전날 소풍 가듯 설레어 골프가 재밌다는게 우승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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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KPGA 2승… 올 시즌 하이커리어 노리는 박상현
화려하고 날카롭지 않지만 꾸준함을 바탕으로 플레이
매번 리더보드 첫장에 이름.. 완벽한 샷 보다는 미스샷 줄이는데 집중하자
올 시즌 성적으로 이어져.. 퍼팅감은 타고난 재능
부모님께 무한 감사할뿐.. 한국오픈서 3승 찍는다면 남자골프 새 스타로 우뚝


파이낸셜뉴스

박상현은 지난 17일 끝난 KPGA투어 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2승을 기록했다. 박상현이 승리를 확정짓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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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플레이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투어 평균치에 불과하고 아이언샷이 그다지 날카로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대부분 대회서 리더보드 첫 장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4개 대회에 출전해 벌써 2승(GS칼텍스매경오픈,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을 거두고 있다. 50% 승률로 상금과 다승 부문 1위,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 선수들도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한다. 올들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서 가장 핫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박상현(35·동아제약)이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올 시즌 선전의 비결이 뭐냐'고. 그러자 그는 "전체적으로 샷감은 안좋지만 스코어를 만드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다시말해 어떤 상황에서도 파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그의 샷을 찬찬히 보면 그 전처럼 간결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맞춰치기에 급급하다. 간혹 균형이 무너져 피니시를 놓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큰 미스가 없다는 사실이다.

샷이 완벽하다고 해서 반드시 스코어가 좋은 건 아니다. 물론 샷이 잘 될 때는 핀 하이 공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모든 선수에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제아무리 샷이 좋더라도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그렇지 못하다. 요즘 박상현이 딱 그런 경우다. 그는 "특히 롱아이언을 칠 때 더 불안하다"며 "그래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위주 샷을 한다. 보기가 많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다"고 말한다. 박상현은 이어 "단 쇼트 아이언이 잡힐 때는 '이 때가 아니면 버디를 못잡는다'고 생각해 더욱 집중하게 된다"며 "많은 버디보다 보기 수를 줄이는 플레이를 한 것이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의 원동력은 또 있다. 바로 가족이다. 박상현은 대학(경희대) 때 만난 동갑내기 아내 이비나씨와 사이에 시원(6), 시안(5개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두 차례 우승을 모두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거뒀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는 집보다 숙소 생활이 더 나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집에 들어갔던 것은 가족과 함께 하면 정신적으로 더 안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다들 둘째가 복덩어리라고 하는데 그런 것 같다. 첫째 때는 처음이어서 아이가 밤에 보채도 대처가 미숙했는데 둘째는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소 노련해진 것 같다"면서 "흔히들 아이가 생기고 나면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데 나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마음속 깊이 가족이 큰 힘이 된다는 걸 늘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박상현은 2016년 12월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JT컵에서 국내외 통산 6승째를 거둔 이후 지난 5월 GS칼텍스매경오픈까지 17개월 가까이 우승이 없었다. 그렇다고 성적이 아예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우승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이름이 됐다. 박상현은 "그동안 예방주사를 워낙 많이 맞아서인지 이제는 골프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와 경쟁을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올 시즌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상현은 연습량이 많은 선수는 결코 아니다. 노력형이라기 보다는 재능이 탁월한 타입이다. 하루에 치는 연습볼이 다른 선수들의 절반도 되지 않은 200개 정도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는 "나는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바지런하다. 쉼없이 골프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한다"면서 "골프에 대한 간절함보다는 골프가 그냥 재미있다. 아직도 라운드 전날이면 소풍 가는 아이처럼 마음이 설렌다. 그런 마음이 꾸준한 성적을 내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자신의 골프 스타일을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골프는 80%가 감각, 20%가 노력이라고 한다. 제아무리 훌륭한 스승을 만나도 그것을 받아 들이는 학생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상현은 그 예로 퍼팅을 든다. 그는 "골프를 처음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 퍼팅 라인을 읽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전적으로 내 감각에 의존했다. 퍼팅이 나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감각 하나는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 같다"면서 "그런 점에서 항상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상현의 골프가 처음부터 이렇듯 여물었던 것은 아니다. 전환점이 있었다. 다름아닌 군 입대였다. 그는 "골프가 싫어서 군에 갔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꼭 그랬을까. 박상현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프로가 되기까지 10년간 죽어라 골프만 쳤다. 그러다가 대학에 진학했는데 거기에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즐기려고 했다"고 지난날을 뒤돌아봤다.

그렇다고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골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5년 투어에 데뷔해 그해 상금순위 34위로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투어 2년차이던 2006년 3월 입대 영장이 나왔다. 박상현은 "영장을 받고 나니까 갑자기 골프가 재미없어졌다. 부모님께서는 투어를 몇 년 더 뛰길 바랐지만 나는 입대를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모님의 바람도 바람이지만 군에서 제대한 후 곧장 투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시드를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입대 전까지 가급적 많은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한번 들뜬 마음을 추스리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는 "지산리조트오픈 때 학교 축제 기간과 겹쳤다. 그래서 아버지께 다음 대회에 잘치겠다고 약속한 뒤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면서 "그리고 그 약속대로 다음 포카리오픈 때 '톱10'에 입상하면서 시드 유지를 확정짓고 입대를 했다"고 말했다.

전경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전역 후 첫 출전이었던 그해 11월 KPGA선수권대회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단번에 다음 시즌 시드를 획득했다. 그는 그러기까지 군 생활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박상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군 생활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그런 점에서 영장을 받고 곧장 입대를 했던 결정에 전혀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군입대는 타이밍인 것 같다. 골프가 되고 안되고는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잘안다. 자기 스스로 인생 계획을 짜야 한다"면서 "어차피 가야할 거라면 계획을 짜서 움직이면 된다"고 군입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그는 그 대표적 성공 사례로 현재 유러피언골프투어에서 활동중인 최진호(34·현대제철)를 꼽는다.

군입대를 주저하지말라고 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골프는 자기 관리만 잘하면 40대 중반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시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는 효과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박상현에게 잊을 수 없는 정신적 지주가 있다. 자신이 모셨던 대장이다. 대장은 "너 프로지,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도 프로가 돼야 진정한 프로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고 한다. 박상현은 나태해지려 할 때마다 그 말을 곱씹으며 자신을 추스르곤 한다.

박상현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자신의 하이 커리어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인 2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1일 개막한 코오롱 한국오픈은 중요하다. 메이저대회 중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이 대회마저 우승하면 자신의 하이 커리어를 찍는 것은 물론, 명실상부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은 "감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승한 다음이어서인지 자신감은 괜찮다. 프로암과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주 대회가 기대된다. 지금으로서는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상현은 대회 1, 2라운드에서 'PGA투어파' 배상문(32), 재미동포 케빈 나(35)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한편 박상현은 당초 계획을 바꿔 국내 대회에 더 많이 출전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터질 때 빵 터져 주면 팬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내 골프는 꾸준함이 장점이지 팬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임팩트가 그동안 없었다"면서 "지금부터 '짱'하고 올라가야겠다. 올해는 욕심을 내보겠다. 자신감도 있다. 당초 목표였던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덤에 오르는 것에 방점을 두고 국내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즐비해 다이내믹하면서도 재미있는 KPGA코리안투어에 대해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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