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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우승 멤버·전술 그대로” … 자만이 부른 ‘우승팀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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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전 대회 우승팀 수난, 왜 ‘디펜딩 챔프’ 독일, 멕시코에 패배 멕시코 감독 “이변 아닌 분석 결과” 4년 전 브라질대회 준결승 4팀 중 이번 대회 첫 경기 승리 한 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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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가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 대회 우승팀 독일에 1-0 승리를 확장하자, 멕시코 에드손 알바레즈(왼쪽)가 환호하고 있다. 허탈해하는 독일 토마스 뮐러(가운데)와는 대조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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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예선 첫 경기에서 졌다. 전 대회 우승팀이 부진을 보이는 징크스가 재현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1위이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이 18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멕시코(15위)에 0-1로 졌다. 독일은 전반 34분 역습에 나선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23)에게결승골을 내줬다. 독일이 A매치에서 멕시코에 진 건 33년 만이다.

일격을 당한 독일은 후반 들어 파상 공세를 펼쳤다. 마리오 고메즈(33)·율리안 브란트(22) 등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수비수 다섯 명이 촘촘이 선 멕시코의 파이브(5) 백을 뚫지 못했다. 오히려 역습 기회를 여러 번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관중석 절반 가까이 초록색으로 물들인 멕시코 팬들은 천둥 같은 함성으로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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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0-1로 진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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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브라질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월드컵 2연패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우승팀 징크스’에 발목 잡히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요하임 뢰브(58) 독일 감독은 “멕시코를 얕봤다. 실망스럽다. 늘 첫 경기에서 이겼던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니 크로스(28)는 “한국·스웨덴을 잡고 승점 6점을 따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브라질 월드컵 4강 진출팀 전원이 첫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3위였던 네덜란드는 유럽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본선에 나오지 못했다. 결승전에서 독일에 져 준우승했던 아르헨티나는 16일 D조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를 맞아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1-1로 비겼다.

지난 대회 4위 브라질도 18일 E조 1차전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겼다. 브라질은 후반에만 15개의 슛을 했으나 스위스의 골문을 결국 열지 못했다. 브라질 스타 네이마르(25)도 팀을 승리로 이끌진 못했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소속팀(파리 생제르맹) 경기 도중 오른발 중족골을 다쳐 3개월간 치료와 재활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90분을 뛸 만큼 몸 상태는 끌어올렸지만, 스위스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이겨내지 못했다. 스위스는 네이마르를 상대로만 10개의 반칙을 했고, 목표한 대로 봉쇄에 성공했다.

월드컵에서 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 즉 2연패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1회 대회였던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이래 2연패 팀은 이탈리아(1934, 38년)와 브라질(1958, 62년)뿐이다. 1966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52년간 2연패 팀이 없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는 4년 뒤인 1990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에 져 2연패에 실패했다. 1994 미국 월드컵 챔피언 브라질도 19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개최국 프랑스에 무릎 꿇었다.

오히려 2000년대 들어선 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망신을 당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진 프랑스는 2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고, 3차전에서 덴마크에 0-2로 졌다. 세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2002 한·일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3연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나, 8강전에서 프랑스에 졌다. 우승은 이탈리아가 차지했다. 이탈리아는 4년 뒤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수모를 당했다. 조별리그에서 파라과이·뉴질랜드와 비긴 뒤 슬로바키아에 2-3으로 져 2무1패로 탈락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스페인이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과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연속 우승했던 스페인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대회 2연패의 꿈은 산산이 조각났다.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1-5로 참패를 당했다. 점유율 축구를 내세운 스페인은 네덜란드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은 2차전에서 칠레에도 0-2로 져 두 경기 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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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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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 징크스’는 왜 생길까. 우승 때의 전술과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승팀으로선 현 상태를 바꿀 이유가 없는 반면, 상대는 철저한 분석으로 맞춤 전략을 꺼낸다. 실제로 멕시코전에서 나선 11명의 독일 선수 중 7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출전 선수였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콜롬비아) 멕시코 감독은 “(독일전 승리가) 이변이 아니다. 우린 6개월간 철저히 독일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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