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쾰른(독일)] 이명수 기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쯤되면 성난여론이 가라앉을법도 하지만 독일 국민들의 메수트 외질(29, 아스널)과 일카이 귄도간(27, 맨체스터 시티)을 향한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고, 독일 대표팀이 목표하는 월드컵 2연패의 변수로 떠올랐다.
독일은 18일 0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치른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전통의 강호' 멕시코의 맞대결이다.
독일은 '우승후보 1순위'로 손꼽힌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멤버 중 11명이 다시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2군으로 참가했던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 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고, 당시 우승 멤버들도 대거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리는 모양새이다. 독일은 러시아 출국 전 치렀던 오스트리아 평가전에서 1-2로 패했고, 사우디 아라비아를 상대로 2-1 진땀승을 거뒀다. 독일 대표팀의 부진 원인으로 외질과 귄도간이 지목되고 있다.
터키 이민자 가정 출신인 두 선수는 지난달, 레세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 한 장이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다. 특히 귄도간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선물로 증정한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에 "친애하는 나의 대통령"이라고 쓴 사실이 독일에 알려지며 독일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대표팀 선수가 독일 대통령이 아닌 터키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이라 지칭한 것이 문제가 됐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의 앙헬라 메르켈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이기에 논란은 더 커졌다.
때문에 두 선수의 대표팀 퇴출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뢰브 감독은 두 선수를 감쌌고, 최종엔트리에 선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럼에도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독일 레버쿠젠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귄도간이 교체 투입을 준비하자 모든 관중들이 야유를 보냈다. 뢰브 감독이 일어나 박수를 유도했지만 야유는 더 거세질 뿐이었다. 뢰브 감독은 귄도간과 어깨동무를 하며 그를 보호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날의 야유는 독일 내의 민심을 반증한다. 독일 대표팀의 공식 SNS와 각종 뉴스를 살펴보면 두 선수의 대표팀 퇴출을 요구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축구 잘 하는 외질과 귄도간을 왜 퇴출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인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자존심의 문제이고, 최근 반이민 정서와 맞물리며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두 선수는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직접 나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라며 두 선수를 감쌌다. 라인하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장 역시 최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독일은 지난 2014년, 축구를 통해 인종과 국적을 넘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며 두 선수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오늘 독일은 멕시코와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경기를 갖는다. 외질과 귄도간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가 없더라도 독일은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그러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독일이 제 기량을 발휘할지 관건이고, 월드컵 2연패 도전을 위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독일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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