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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신태용호는 하루를 쪼개고 쪼갠 25시간으로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그리고 러시아 현장까지. '스포티비뉴스'가 밀착취재로 '신태용호 25시'를 전한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한준 기자] 신태용호가 결전지 니즈니노브고로드에 도착했다. 이제 스웨덴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까지 단 한 차례의 훈련만 남겨두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은 현지 시간으로 17일 오후 3시 공식 기자 회견을 갖고, 오후 3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최종 훈련을 한다.
실질적으로 이 훈련은 경기장 환경에 적응하고, 마지막 컨디션을 체크하는 단계다. 무리한 훈련으로 18일 본 경기에 지장을 초래해선 안된다. 적절한 수준의 몸 풀기와 전술 훈련, 세트피스 등 약속된 플레이의 검토 작업이 진행된다. 이 훈련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즉, 신태용호는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입성한 순간 이미 100%에 도달했다. 주장 기성용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3일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들어선 뒤 가진 첫 훈련을 실시한 뒤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90% 가까이 완성됐다. 남은 것은 체력과 컨디션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전략과 전술을 만드는 일은 5월 21일부터 시작한 파주NFC 국내 훈련, 6월 3일 짐을 푼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과 네 차례 친선 경기를 통해 완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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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호가 불안했던 이유,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
지금까지 신태용호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베스트11도 플랜A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가져온 불확실성이었다. 출정식이었던 6월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경기에서는 기성용을 스리백으로 내린 변형 스리백 전술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선수들이 예민해졌다.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비긴 마지막 공개 평가전 이후에는 체력 훈련과 잦은 이동으로 쌓인 피로로 선수들이 짜증을 드러내는 등 팀 분위기를 나쁘게 비춰지도록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선수들의 불화설, 체력 훈련의 실효성 논란이 대표 팀을 한 번 더 흔들었다.
러시아에 입성한 뒤로 선수들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누적된 피로를 풀어가며 컨디션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회복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곳에 왔다는 마음의 환기, 다른 조 경기를 보면서 월드컵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동기부여도 커졌다. 선수들의 마음 안에 의욕과 자신감이 쌓이고 있다.
신태용호는 베이스캠프 입성 3일 차에 평소 보다 긴 시간 훈련하며 세부 전술을 다듬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이동하기 전 실시한 16일 오전 훈련에는 취재진의 귀에 들릴 정도로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블록 수비와 커버 플레이 등 수비 전술 패턴을 강조했다.
그동안 신태용 감독은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축구, 공을 소유하고 라인을 높이는 화끈한 축구를 추구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다른 차원의 무대에 나서면서 신 감독은 사상 가장 실리적이고 보수적인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본연의 색깔인 ‘돌려치기’로 역습 공격 패턴을 만들어 철학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수비적 역할도 굉장히 많은 활동량으로 수비수 도와줘야 하고 공격 상황에서 역습으로 많은 거리 뛰어야 한다. 공격적 부분도 수비적 부분도 엄청난 활동량 보여줘야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다. 준비한 수비 콤팩트하게 하고 공격진에 능력 있는 선수 많으니 전환할 때 좋은 모습 보이려고 많이 이야기하고 신경 쓰고 있다. 수비가 안정되어야 우리가 골 넣을 수 있다. 수비 잘 준비해서 역습할 때 힘을 내겠다. 골 넣을 수 있다." (황희찬)
대회 개막을 앞두고 플랜A의 축이었던 레프트백 김진수, 센터백 김민재, 미드필더 권창훈, 공격수 이근호를 부상으로 잃은 신 감독은 급조해서 새 판을 짜야 했지만, 결국은 실마리를 찾은 모습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행한 마지막 훈련에서 훈련 기간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않던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도 선수들과 장난을 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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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밀한 연구+플랜A 완성’ 확신 생긴 선수들, 표정이 달라졌다
훈련 전에 두 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가진 기자회견에는 수비수들이 부각됐다. 14일에 김민우와 이용, 15일에 장현수와 김영권 등 좌우 풀백과 센터백 콤비가 취재진 앞에 섰다. 이들 모두 여유로운 표정과 발언을 했다. 특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꾸준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수비수 김영권은 사기가 한층 오른 표정으로 “수비는 99% 완성됐다. 우리가 준비한대로 잘 해낸다면 무실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빌드업에 능하지만 대인 방어 과정에 허점이 있지 않냐는 지적에 “오히려 서로 비슷해서 잘 맞는다”고 일축한 ‘김 앤 장’ 센터백 콤비는 장현수가 라인 콘트롤, 김영권이 멘탈 콘트롤을 분업하며 4년 전 알제리전 악몽을 재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네 명의 수비수 모두 신체조건이 좋은 스웨덴과 공중볼 경합을 직접 이기기 보다 세컨드볼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패턴과 전략을 연습했다고 했다. 골키퍼 조현우는 스웨덴이 어떤 위치에서 크로스를 하고 슈팅하는 지까지 세세하게 분석했다고 했다. 대표 팀이 얻은 자신감은 치밀한 연구와 준비가 동력이다.
"조직적으로 구상대로 훈련하고 있다. 경기 때 스웨덴 공략할 수비 조직 갖고 있다. 내 멘트인 10번(포르스베리)이 안으로 들어오는 선수라고 그 선수 공략할 것이다. 난 소속팀에서 맨투맨 수비 많이 한다. 전담 마크한다면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이용)
"스웨덴 코너킥 옵션이 많지는 않았다. 워낙 신체조건이 좋아서 가운데로 간단하게 때리고 들어온다. 워낙 신체조건 좋은 선수가 많다. 수비수, 포워드 다 좋아서 그 부분에서 딱히 공격 보다는 덜한 것 같은데, 수비적으로 많이 준비가 됐고 준비한대로 경기하면 좋은 결과 따를 것 같다." (장현수)
"높이는 떨어질 수 있지만 롱볼이 왔을 때 다음 대처 방법 많은 대화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키가 작기 때문에 어떻게 포지셔닝할 지 잘 생각하고 있다. 그런 부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김민우)
"일대일 헤딩 공격이 정말 강하다. 이제까지 스웨덴 경기 계속 보고 분석한 결과, 보면 분명 헤딩이 강하고 키 큰 선수들 타점도 좋다. 세컨드볼이 정말 중요하다. 따지 못하면 거기서 위험한 상황 나온다. 선수들, 감독님과 많은 대화하고 있다. 알제리전에 우리가 허무하게 졌는데, 그건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 4년 전에 나간 선수들이 그 아픔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그렇게 나오지 않게 하고 있다.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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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신태용호의 100%가 선을 보인다
우루과이를 쩔쩔 매게 한 이집트, 모로코를 잡은 이란, 아르헨티나와 비긴 아이슬란드는 규율과 투혼으로 무장한 수비 축구로 큰 인상을 남겼다. 한국도 그런 단단한 축구를 보여주고자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패스마스터 기성용, 프리미어리그 스타 손흥민이라는 월드클래스 공격 옵션까지 갖췄다. 두 선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한 뒤 한층 성숙하고 겸손한 자세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수비 라인은 쫄지 말고, 공격 라인은 서두르지 말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스웨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실험도 끝나고, 트릭도 없다. 모든 것을 보여줄 본 무대다. 스웨덴전 승리가 이후 모든 일정을 좌우한다. 멕시코전을 대비해 아낄 것은 없다. 신 감독을 포함한 한국 대표 팀 모두 “스웨덴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 감독은 지난해 7월 부임해 8월 첫 훈련과 경기를 치렀다. 매 소집마다 100%가 아니었다. 부상과 대회 성격, 전력 노출 최소화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공개 평가전이었던 세네갈과 경기에서 한국은 0-2로 졌지만 자책골과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이 경기 이후 선수들은 “강팀을 상대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 검증을 사실상 이때 마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변명은 없다. 신태용호는 스웨덴과 경기에 100%에 도달한 전력을 100% 쏟아낼 것이다. 1년 가까이 우리 국민들도 보지 못한 신태용호의 진면목이 18일 오후 3시, 한국 시간 밤 9시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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