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할도르손 [로이터=연합뉴스] |
할도르손의 신들린 선방 [EPA=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문장이자 세계적인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28)가 순식간에 '기름손'으로 전락했다면, 아이슬란드 골문지기 하네스 할도르손(34)은 단숨에 황금 발을 묶는 '황금손'으로 발돋움했다.
할도르손은 16일(한국시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회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차례 우승에 빛나는 강호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세를 거뜬히 막아내 1-1 무승부의 발판을 놓았다.
21번째를 맞이한 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한 아이슬란드는 기적과도 같은 무승부로 자국 축구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첫 월드컵 승점(1)도 챙겼다.
네이마르(브라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더불어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황금 왼발은 얼음벽과 육탄 방어로 무장한 아이슬란드 수비에 꽁꽁 묶였다.
메시는 1-1로 맞선 후반 19분 페널티킥을 실축해 할도르손에게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누구보다도 정교한 왼발을 지닌 메시는 아이슬란드 골문 왼쪽을 향해 정확하게 조준했으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할도르손의 슈퍼 세이브에 막혀 할 말을 잃었다.
할도르손은 경기 후 "메시의 그간 페널티킥 사례를 조사해 그쪽으로 찰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철저한 연구의 승리였다고 기뻐했다.
볼 점유율 72%-28%, 슈팅 수 26-9로 경기를 지배하고도 아르헨티나는 추가 골을 뽑지 못해 우승 후보로서 체면을 구겼다.
특히 메시는 11번이나 슈팅을 하고도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유로 2016에서 호날두와 공을 다투는 할도르손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
아이슬란드 수비의 핵심이자 최후의 보루인 할도르손은 메시보다 앞서 호날두도 비슷하게 묶었다. 데헤아가 포르투갈과의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호날두에게만 3골을 헌납하고 무너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미국 스포츠 웹진 SB 네이션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8강 진출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도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과 1-1로 비겼다.
당시에도 양상은 아르헨티나전과 비슷했다.
포르투갈은 볼 점유율 66%-34%로 크게 앞섰고, 슈팅 수 27-4, 유효 슈팅 수 10-4로 아이슬란드를 거세게 몰아붙이고도 겨우 한 골만 얻었다.
이때도 할도르손이 신들린 방어로 아이슬란드의 골문을 지켰고, 호날두는 10번이나 슈팅 기회를 잡고도 빈손으로 돌아섰다.
결국, 호날두와 메시는 할도르손이 정점에 선 아이슬란드 얼음 수비진을 상대로 21차례 소나기 슈팅을 날려 한 골도 얻지 못한 셈이다.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둘을 아연실색게 한 할도르손의 이력은 더욱 놀랍다.
FIFA가 홈페이지에서 전한 할도르손의 이력을 보면, 그는 한때 몸무게 105㎏이 나가던 파트타임 비만 골키퍼였다가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광고 감독이자 좀비 영화도 찍은 영화감독이다. 그는 유로비전 가요 콘테스트에 나간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 미학의 세계에서 키운 할도르손의 안목이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되는 축구의 세계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그의 매서운 눈빛과 냉철한 판단력이 아이슬란드의 동화 완성에 절대적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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