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팬들이 16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스웨덴 국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 김현기기자 |
스웨덴 팬들이 16일 러시아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니즈니노브고로드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모스크바 | 김현기기자 |
[니즈니노브고로드=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에선 얼마나 와?”
신태용호 훈련장을 찾았다가 졸지에 인터뷰를 ‘당하고’ 한국 언론에 줄줄이 기사가 나서 유명해진 스웨덴 SVT 방송국 기자 테레세 보스타를 15일 이란-모로코전에서 만났다. “오스트리아에서 쓴 기사를 본 것 같다”며 페이스북 친구까지 신청한 그와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는데 이란-모로코전에서 한국 응원단 규모를 물었다. 사실 나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만 단위 수준은 아니고, 수천여명 가량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대로 전해줬다. 테레세는 “스웨덴에선 아마 2만명 정도 올 것 같다”고 귀띔해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몇 차례 나라별 티켓 판매 현황을 발표한 적이 있다. 독일과 멕시코에선 총 5만장 넘게 팔려 나라별 순위 톱5 안에 들었다. 한국전에서도 3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순위권에 없어 궁금했는데 결국 대규모 관중이 오려나 보다. 스웨덴은 북유럽이라 러시아에서 가깝다. 마음만 먹으면 기차를 타고도 올 수 있다. ‘스웨덴은 월드컵 관심이 없나’라고 생각했지만 “2만” 얘기를 듣고 나니까 ‘역시’란 느낌이 왔다.
신태용호가 베이스캠프로 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웨덴전 장소인 니즈니노브고로드까지는 하루에 직항편이 1~2편 있을까 말까다. 대표팀은 조직위에서 제공한 직항 전세기를 타고 한 시간 30분을 날아 도착했으나 취재진은 16일 수도 모스크바까지 1시간20분을 비행한 뒤 2시간 반을 기다렸다가 다시 국내선을 타고 한 시간을 날아서 니즈니노브고로드까지 왔다. 경유지 모스크바에서 잠시 쉬는데 공항 펍에서 환호성이 세 번이나 터져나왔다. 스웨덴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마침 스웨덴처럼 북유럽에 있는 아이슬란드가 리오넬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와 싸우는데 아이슬란드의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동점골을 넣을 때 한 번, 메시가 페널티킥을 실축할 때 한 번, 메시가 프리킥을 벽에 맞히면서 두 팀이 1-1 무승부로 끝날 때 한 번, 이렇게 세 차례 함성을 스웨덴 사람들이 마치 자기네 나라가 비긴 것처럼 뿜어낸 것이다. 그리고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오는 러시아 국내선을 타니, 노랗게 물든 정도는 아니었으나 곳곳에 스웨덴 유니폼 입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이틀 전부터 이렇게 몰려드니, 17일과 18일엔 러시아 제5의 도시라는 니즈니노브고로드가 얼마나 노란색으로 채색될 지 궁금하다.
러시아 월드컵을 보고 싶은 팬들은 티켓 구매 외에도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각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혹은 영사관에 들러 ‘팬ID’를 받는 것이다. 일종의 비자이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식별 표시인데, 이런 절차가 좀 번거롭고 또 국내에선 러시아란 나라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 한국에선 대규모 응원단이 오기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 가족 중에도 러시아행을 단념한 경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생애 1~2번이 될 지 모를 월드컵을 보기 위해 낯선 도시 니즈니노브고로드까지 오는 비행기에 기자와 함께 몸을 실은 한국인들도 곳곳에 보여 고맙고 든든하다.
어쨌든 한국 팬들은 러시아에서 일당백으로 소리 지르고 박수칠 것이다. 상대의 일방적인 응원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월드컵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풍경 아닌가. 이승우 다음으로 막내인 공격수 황희찬(22)은 “관중에 상관 없이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면, 이런 대규모 관중 분위기를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찬 각오도 펼쳐보였다. 수만 명을 골 한 방으로 숨죽이게 하는 묘미도 축구하면서 흔치 않을 기회다. 적의 함성도 내 것으로 만드는 태극전사들의 맹활약이 임박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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